한국일보

유학생 비자발급 개정안 지나치다

2020-07-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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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이민당국이 6일 발표한 유학생 비자발급 개정안은 미국내 5만여 한국인 유학생을 비롯 100만이 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철퇴나 다름없는 충격적인 조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새 학기 개강만을 기다려온 많은 유학생들은 갑작스런 발표에 충격과 당혹감을 보이며 신분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새로운 비자 가이드라인은 올 가을학기에 전면 온라인 원격수업을 시행하는 대학의 경우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해 미국 체류를 불허함으로써 사실상 추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학생은 물론 대학들에도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조치다.

갈수록 확산되는 코로나19 때문에 올 상반기수업에 이어 가을학기도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해온 대학들은 개강 계획에 혼선과 차질이 빚어지면서 크나큰 곤경에 처해있다. 특히 유학생 비중이 높은 대학들의 경우 유학생 등록이 대거 취소되면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할 수 있어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하버드와 MIT, USC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이 즉각적으로 연방정부를 상대로 새로운 비자규제의 시행 중지 소송을 제기한 것은 긴박하고 당연한 법적 대응이다. 대학들은 이 개정안이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과 이들에게 즉각적으로 미칠 심각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잔인하고 지나친 조치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개정안 발표가 나온 시점이다. 연일 확진자 수가 기록을 경신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학계의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표된 배경에 의구심이 쏠린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반 이민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 코로나 재확산이 심각한데도 경제 정상화를 밀어붙이기 위해 학교 개방을 강요하는 압박용 정책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심히 위협적이고 위험한 조치로 풀이된다.

느닷없는 규제조치에 침묵해서는 안 되겠다. 발표가 나온 6일 백악관 국민청원 사이트에 개설된 반대 청원에는 이틀 만에 23만 명이 넘는 서명이 쇄도, 백악관 답변 기준인 10만 명을 단숨에 훌쩍 넘었다고 한다. 한인사회도 이 청원에 참여하고 연대함으로써 불합리한 조치를 바로잡고 해외유학생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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