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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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방법은 투표 뿐이다

2020-06-03 (수)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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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바이러스의 공포에 떨고 있는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신음하던 미국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한 흑인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 항의시위가 약탈, 폭력, 방화 등으로 얼룩진 폭동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미 전역 곳곳이 무법천지 상황에 놓였다. 전시 상황에 버금가는 하루하루가 지금 현재 미 전역에서 재현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한 행위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플로이드가 방문했던 한 식당의 직원은 그가 지불한 20달러를 위조지폐로 의심해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출동한 경찰은 플로이드를 강압적으로 체포한다. 이 과정에서 8분 넘게 목이 짓눌린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애원하다가 끝내 숨졌다.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시켰고, 지난 30일 닷새 째에 접어든 시위는 무차별적인 방화와 약탈이 벌어지는 최악의 폭력사태로 번져 미 전역을 혼돈으로 몰아 넣었다. 이에 지난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전국의 많은 지방 행정당국이 동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28년 전 4·29 폭동을 겪었던 한인사회는 시위대의 약탈과 방화 등 비상식적인 모습을 지켜보며 그 누구보다도 공포에 떨어야 했다. 4·29 폭동은 한인사회에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당시 LA시와 가주 정치인들은 힘없는 한인들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고, 관심조차 없었다. 한인사회는 힘을 합쳐 어려운 그 시기를 오롯이 ‘우리끼리’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지금 또다시 28년 전의 일이 되풀이되려 한다면 한인사회는 그때와 비교해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현재 LA 한인사회에는 두 명의 한인 시의원이 있다. 각각 4지구와 12지구를 대표하는 데이빗 류 시의원과 존 이 시의원은 나머지 LA 시의원 13명 앞에서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그 누구보다도 진실되게 대변해줄 것이다. 시의회에 한인사회의 입장을 전달할 단 한 명의 시의원도 없었던 1992년과 지금의 상황은 다를 수 밖에 없다.

흑인인 케이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은 “미국을 바꾸고 싶다면 유권자로 등록부터 하고, 11월 투표소를 찾으라”며 폭동을 일으키는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녀의 말처럼 지금 한인사회가 세상을 바꾸고,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는 일은 투표 뿐이다. 당장 5개월 후면 선거다. 투표만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나는 숨쉴 수 없다’는 플로이드의 절망 섞인 목소리가 한인들의 목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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