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하식품, 코로나 19 이후 하와이 식품 유통업계 변화를 준비한다

2020-05-12 (화) 김태훈 기자
크게 작게

▶ 식품 생산 라인 구축 통해 하와이 식량 자급 선도

고하식품, 코로나 19 이후 하와이 식품 유통업계 변화를 준비한다

K-푸드로 하와이 유통업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고하식품 폴 김 회장(왼쪽)과 데니 김 대표

코로나 19으로 전 세계가 얼음왕국으로 변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곳곳에서 들려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 소식은 차갑게 얼어 붙은 주민들의 마음에 온기를 전한다. 하와이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경제인들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 200만장의 마스크를 구입해 양로원을 비롯한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료 배부 중이다.
이 일에 한인운영 고하식품이 앞장섰다는 소식이 전해져 하와이 한인사회 위상을 높이고 있다. 고하식품은 올해 초 칼리히 지역에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해 하와이를 대표하는 식품생산 유통업체로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준비 작업이 한 창이다. 고하식품 대니 김 대표를 만나 보았다. <김태훈기자>

1. 200만장의 마스크를 구입해 화제가 되었고 현재 무료로 배부 중이다. 이번 마스크 구입 과정을 직접 듣고 싶다.

나는 마스크의 대외구매와 공수 계획 전반을 담당했다. 마스크는 하와이 물가에 맞게 공급했고, 얼마간의 기부활동도 실시했다.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부터, 개인방역장비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중국에 있는 직원을 통해 제조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즈음하여 비영리단체 에브리원(Every1ne)과 연락이 닿았다.
많은 단체들이 방역 최전선의 의료관계자들에게 방호장비를 공급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의료용 N95마스크와 산소호흡기 수요는 이미 폭증한 상태였다.
에브리원은 지역사회로 눈을 돌렸다.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기여할 방편들을 제안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감염 검사가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의료혜택 취약계층은 필시 마스크가 부족하리라는 이야기도 다뤘다. 에브리원은 기금을 모아 지역사회를 위한 200만장 마스크 구입에 착수했다. 굉장한 기획이었다. 이어 하와이안항공을 전세 낼 계획을 세웠고, 나는 중국 심천까지의 여정과 마크스 공수에 대해 세부적인 일을 진행했다.
공수작업 중 가장 흐뭇했던 것은 역시 여러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도움의 손길이었다. 추후 40만개의 마스크를 수송해 줄 선익스프레스(SunExpress, BNX)와 공항에서 에브리원 사무실까지 마스크를 실어 준 프리퍼드 트럭킹(Preferred Trucking)은 일부 혹은 전액 수송비용을 삭감해 주었다. 알로하 정신을 체감할 수 있었던 훌륭한 경험이었다.


2.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세상은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란 말을 많이 한다. 이번 사태를 전후한 하와이 식품 유통업계 전망에 대해 김 대표의 견해를 듣고 싶다.

가장 큰 변화는 수요의 감소일 것으로 생각한다. 음식점과 상점 운영이 정상화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미 많은 수의 정리해고가 단행되었다. 기업들이 회복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하식품은 유통망을 확장하고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식자재를 이용한 전통음식을지켜가며 이를 응용한 다양한 메뉴의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하와이산 음식을 하와이 뿐 만 아니라 미 전역을 대상으로 공급해 나아갈 방침이다.

3. 이민 1.5세로서 부친이 시작한 가업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세 경영인으로 김 대표의 비즈니스 철학 및 고하의 비젼에 대해 듣고 싶다.

성공을 이야기 하기엔 지금으로서는 부족한 면이 많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기때문이다.
먼저, 고하식품(KOHA) 이름은 코리아-하와이에서 따 왔다. 1970년대 케니스 채(Kenneth Chae)씨에 의해 설립되었고, 1990년 나의 아버지 폴 김(Paul Kim)이 사업을 인수하였다. 당시에는 한국식품을 한국인에게 공급하는 일을 했다. 아버지의 목표는 한국식품을 하와이 전역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아시아 전역을 조사하여 하와이에 적합한 상품을 선별했다.
그 첫 번째가 한국의 빙그레 ‘메로나 아이스 바’다. 아버지는 제조사를 설득하여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고, 포장과 맛에 변화를 주어 소비자의 시선을 끌게 했다. 아버지의 확신은 적중했다. 오늘날 메로나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10여 개국에 납품되고 있다.
두 번째 상품은 빵가루를 입힌 호키(breaded Hoki, 뉴질랜드 산 어종)이다.
아버지는 한국의 한 공장에서 점심을 드시던 중, 호키 튀김이 하와이 유명 식당체인점 지피스(Zippys)의 메뉴에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한다.
결국 호키 튀김은 지피스의 인기 메뉴(Zip Pac)에 오르게 되었다.

2019년 현재 고하식품의 직원 수는 150명에 이른다. 우리의 목표는 식품유통의 선두에 서서 좋은 제품을 하와이 곳곳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3곳의 지점에서 1만5,000평방피트에 이르는 냉동보관시설을 운영 중이다. 올해 1월에는 칼리히 카이 지역에 2.5 에이커 산업용도 부지에 8만102스퀘어피트에 달하는 상가를 2,330만달러 매입했다.
샌드 아일랜드 근처에는 2.5에이커 부지에 6,500평방피트 창고도 보유하고 있다. 고하식품은 장차 모든 사업을 하나의 시설에 통합하고, 2만7,000평방피트의 냉동실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2.5배 이상 확장이 가능한, 1만 평방피트 생산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고하식품, 코로나 19 이후 하와이 식품 유통업계 변화를 준비한다

올해 초 매입한 상가 건물 전경



내 경영철학은 간단하다. 좋은 사람을 고용하여 성공의 도구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고하식품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닌, 모든 직원의 협력으로 성장해 왔다. 나는 하나님과 직원들, 고객들을 위해 하와이에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을 만들고, 그들을 위해 가치를 창출할 의무가 있다.
고하식품이 어려운 초창기를 딛고 성장해 갈 수 있는 것은 우리 부모님처럼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한인사회의 소규모 식당과 그로서리 마켓이 우리를 믿고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 같은 도움과 지지를 잊지 않고 함께 상생해 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이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항상 말한다. 회사의 임무는 우리의 거래처를 돕고 직원들 역시 서로 돕자고. 회사로부터 받는 양질의 지원은 곧 상품의 품질로 연결되고, 이는 고객 만족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고하가 추구해 나가는 비즈니스 주안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하식품의 미래가 기대된다. 고하식품은 더욱 효율적으로 좋은 상품을 하와이에 공급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올해 초 하와이 전통음식을 생산하는 오랜 역사의 식품제조업체 HFP푸드를 인수했다. 하와이의 농장과 목장, 수산업 종사자들과 연계하여 하와이 신토불이 전통음식을 지켜가며 주민들을 위한 ‘소울푸드’를 개발하고 싶다. 하와이가 식생활 부분에서 더욱 자급자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싶다.

5. 가족관계 및 약력을 소개해 달라

1971년 한국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3살에 하와이로 이주했다.
부모님은 아무 연고도 없는 하와이에서 정말 열심히 일 하시며 우리 가족을 돌보셨다. 그 덕분에 나와 내 여동생은 별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어를 열심히 배울 기회는 없었다.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고 앞으로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할 생각한다.
로열 초등학교(Royal elementary school), 세인트루이스 고등학교(St. Louis High School) 졸업. 산타클라라 대학(Santa Clara University)에서 금융재정 학사를 마치고 3년간 산 호세 소재 은행에서 근무하다 하와이에 돌아와 고하식품에 입사했다.
현재 결혼 11년 차로 부인 제이미와 장남 조슈아(8), 차남 룩(7), 장녀 켄지(4) 세 아이를 두고 있다. 솔직히 난 이런 인터뷰가 부담스럽다.

<김태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