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톡데일 패러독스
2020-05-04 (월)
엘렌 홍 / 에스닉미디어 대외언론 담당자
10년 전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란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베트남 전쟁 후 미국의 영웅이 된 해군제독 제임스 스톡데일이 남긴 역설이다. 이 역설을 성공지침으로 한 짐 콜린스의 책 ‘굿 투 그레이트(Good to Great)’는 미국기업들의 직원교육서가 됐다.
이 책은 7가지 성공비결 중 하나의 원칙, ‘잔인한 현실을 직면하는 동시에 희망을 버리지 마라’라는 스톡데일의 역설을 다루고 있다.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스톡데일은 1965년 적군에게 체포된 후 7년반이란 긴 세월동안 고문과 감금을 참아냈다. 미국에 있는 아내의 끈질긴 백악관 청원으로 마침내 풀려나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로스 페로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다. 정치에 뛰어들려했던 그의 꿈은 낙선으로 무너졌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스톡데일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됐다.
스톡데일은 포로수용소에서 자해까지 하면서 미국 정부를 배신하지 않고 버텼다. 여기서 충격적인 것은 이제나저제나 풀려나겠지 하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던 낙천주의자들이 제일 먼저 상심해,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화병으로 죽었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댔던 ‘낙관론자’들이 가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짐 콜린스가 말한 요지는 극한 상황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대체전략이다. 지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대체전략을 세우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미국에선 경제 재개를 놓고 의료진과 정치인, 시민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시기에 스톡데일이 어떻게 7년동안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겨냈는지 돌아볼 만하다.
쉽지 않은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하는 현실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이 너무나 잔인하게 아주 오랫동안 우리 곁을 맴돌 것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현실에 직면해야 한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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