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8일 오후8시부터 10시까지 채널4 NBC-TV에서 방영된, 레이디 가가의 주도로 세계적인 팝스타 100여명 이상이 총출동한 ‘원 월드: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을 보았다.
이 공연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투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전세계에 퍼졌으며 약 8시간 열린 공연을 뉴욕의 NBC-TV가 2시간짜리로 축약한 것이다. 자신의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추리닝 바람으로 노래한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걱정하고 의료진에 감사하며 힘내라고 격려했다. 또 저소득층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 노래로 랑랑이 피아노를 치고 안드레아 보첼리, 셀린 디옹, 레이디 가가가 부르는 ‘The Prayer’는 각자의 집에서 부르는 것을 편집하여 만든 것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당연히 한국의 언론도 저마다 이 콘서트를 보도했다. 대다수 한국 언론은 레이디 가가를 비롯 엘튼 존, 스티비 원더, 테일러 스위프트, 제니퍼 로페즈, 빌리 앨리스 등등 가수들의 이름을 주욱 나열했고(한국 아이돌 그룹 수퍼엠도 출연) 메시지를 전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로라 부시, 미셸 오바마, 빌 멀린다 게이츠 부부, 오프라 윈프리, 데이비드-빅토리아 베커 부부 등의 이름을 계속 소개했다.
그리고 자선단체 글로벌 시티즌은 이번 공연으로 기업들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약 1억3,000만 달러이고 WHO를 비롯 어디 어디에 돈이 쓰일 거라는 내용도 줄줄이 나왔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 세계 각국의 코로나 방역을 소개하면서 그 중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방역이 상세하게 나왔다는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본인은 미국에 오래 살아 남달리 모국애가 넘쳐나선지, 오늘날 미국 코로나 19의 가장 위험지역인 뉴욕에 살아선지, 세계적 가수들이 맛보기로 살짝 보여준 노래나 세계적 인사들이 전하는 메시지보다는 한국의 성공적인 코로나 대응에 대한 보도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중국 우한에 이어 코로나 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난 한국은 졸지에 전세계의 왕따가 되었으나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신속 투명한 일일 보고, 선제적으로 개발한 진단키트,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 각 지역의 선별검사소, 감염자 격리 및 접촉자 추적 방역, 시민들의 적극 협력 등으로 현재는 신규 확진자수가 매일 한자리에 불과하다. 이에 모든 나라가 한국의 진단키트를 수입하려 하고 경제의 상당부분을 개방하면서도 코로나 대응에 성공한 모범국가인 한국식을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진단키트 개발, 드라이브 스루 검사, 국립중앙의료원과 선별검사소, 해경의무 경찰을 뽑는 야외시험장에서 앞뒤로 2미터씩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장면, 4.15총선에서 마스크 쓰고 손 세정제 사용하며 투표하는 모습,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인터뷰를 보여주었다.
어린 간호사들이 의료용 장비와 마스크 자국으로 이마와 콧등, 볼에 난 벌건 상처에 붙인 일회용 반창고 모습이 보기 애처로웠는데 이들은 웃고 있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우린 이길 거예요”, 쑥스러워하면서 “Cheer Up!”하고 외치던 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남아있다.
요즘 수퍼에 가려면 모자, 마스크, 일회용 장갑은 기본, 들어가며 나오며 세정제를 손에 달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일찍 가도 손님은 많고, 물건이 좋든 나쁘던 남겨진 것을 집어 와야 하고 고기도 별로 안 샀는데 300달러가 훌쩍 넘고... 아무튼 장에 가는 것이 전쟁이다.
이번에 선진국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대응책이 얼마나 허점이 많고 우왕좌왕하는 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루빨리 의료체계가 질서와 안정을 찾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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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