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다 소위와 미래통합당
2020-04-24 (금)
이덕근 매릴랜드
태평양 전쟁이 일본의 항복으로 끝났을 때 필리핀의 한 섬에 고립되어 있던 오노다 소위는 그 사실을 처음엔 듣지 못했고 나중에는 들었지만 일본이 절대로 항복했을 리가 없다고 믿었다. 심지어 항복한 것은 일본의 괴뢰정부이고 저항 일본군은 만주에서 망명정부를 세워 미국과 그 괴뢰 정부에 투쟁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오노다 소위는 전투를 계속하면서 필리핀 농민, 경찰들과 총격전을 벌여 무려 30여명의 농민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렇게 그는 정글에서 숨어살면서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절대로 작전을 멈추지 말라는 상관의 명령을 계속 수행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무려 30년이 지난 1974년까지 오노다의 홀로 전투는 계속되었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젊은 의사 닥터 김은 아주 유능한 의사다. 그는 10년째 계속된 원인 모를 복통환자나 흉수가 차서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단된 환자, 수십 년 아토피에 고생하는 환자들을 아주 쉽게 치료한다. 그런데 어느 날 닥터 김은 전광훈 목사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하는 인증샷을 올리더니 문재인 정부는 사회주의 정부이므로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그 모임에 참석했다고 나를 놀라게 했다.
박 여사는 단체 카톡방에서 카톡을 받았는데 이전과는 내용이 좀 심하다고 느꼈다. 문재인이 동남아를 순방할 때 캄보디아에 들러 반대자들을 사살하려고 사격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카톡들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카톡방에는 분노하는 사람들의 응답이 넘쳐흘렀으며 그 어처구니 없는 사실을 모두들 믿고 있는 듯 했다.
4.15 총선은 미래통합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 하루 전까지도 미통당은 여론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샤이 보수가 나와서 상황을 역전시키리라 장담했다. 하지만 샤이 보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미통당은 궤멸적인 패배를 맛보았다. 선거가 끝난 후 보수 언론인 정규재씨는 박근혜 탄핵이 사기라는 말을 못해서 졌다고 했다. 대구의 주호영 당선자는 중국인 입국을 조기에 막지 않아 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고 승리한 민주당에 대해 대구 시민들은 억울하고 착잡한 기분일 것이라 했다.
오노다 소위는 직속상관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전쟁을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일본에서는 오노다 소위의 옛 직속상관을 방송을 통해 찾아 나섰다. 결국 1974년에 직속상관의 명령을 받은 오노다 소위는 자기만의 오래된 전쟁을 마침내 멈췄다. 전쟁이 끝난 지 30년만의 일이다.
오노다 소위처럼 미래통합당과 지지자들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어보인다. ‘세상이 바뀌었다!’라고 그들을 일깨워줄 구원자가 앞으로 30년 안에 그들 앞에 나타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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