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체제, 심각한 위협 봉착’, ‘민주주의 자칫 붕괴 위기에’-.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수가 전 세계적으로 10만선을 돌파, 20만을 향해 나가면서 잇달고 있는 지적들이다.
동시에 난무하고 있는 것은 세계화 시대는 끝나고 이와 함께 미국의 시대도 종언을 맞았다는 주장이다. 허둥대고 있다고 할까. 코비드-19 위기상황에서 수퍼 파워 미국이 보이고 있는 모습은. 반면 중국은 바이러스 폭풍을 선방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나도는 예언(?)이다.
한마디로 전쟁 상황이다. 그것도 세계대전 급의. 사상자랄까, 피해자랄까. 그 숫자부터 그렇다. 지난 주말 현재 미국의 코비드-19 확진자 수는 70만을 넘어 80만대를 향해 육박하고 있고 사망자수도 3만5000명 선을 넘어섰다. 그러니….
그러면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 세계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세계, 다시 말해 서방주도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가 될까.
“코로나 위기는 포퓰리스트들과 권위주의 독재자들에게는 신이 내린 선물이란 것이 잠정적 결론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진단이다.
“모든 정치 이슈는 죽었다. 정당의 정강정책에도 무관심이다. 유능한 정치지도자인지 여부는 ‘코로나 위기에 얼마만큼 대처했느냐’로 판가름 난다. 우파냐, 좌파냐. 이것도 문제가 안 된다. 오직 관심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쏠려있다.” 전 세계가 맞은 상황으로 이는 포퓰리스트들이 날뛰고 또 독재세력이 기승을 떠는 호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는 것.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truth)’이란 금언도 다름에서가 아니다. 전쟁은 혼란이고, 혼돈으로 거짓 프레임에 갇히기 십상인 것이 전쟁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다.
세계가 맞이한 코로나전쟁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의도적으로 살포한 가짜뉴스의 홍수 가운데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극히 혼란스럽다. 기존의 ‘레드 매트릭스’로도 모자라 없는 사실을 날조해 퍼뜨리는 것이 중국공산당이다. 이 점에서는 푸틴의 러시아도 뒤지지 않는다. 코비드-19 위기는 퇴폐한 자본주의가 그 진원지란 역선전에 혈안이 돼있다.
그러니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거짓에, 위선에, 역정보의 매트릭스 속에 갇힌 것이 목하 코로나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상이라고 할까.
거기다가 중차대한 위기가 찾아오면 대중의 심리는 최악의 것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반작용은 자유를 희생하더라도 안보를 선택하는 극도의 안정희구 경향이다. 그 극단의 역사 속의 케이스는 1929년 대공황이란 불안상황에서 독일국민들이 히틀러의 나치당을 선택한 경우다.
무슨 말인가. 코로나 위기는 민주주의 체제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는다는 거다. 헝가리, 세르비아 등 옛 동구권과 서남아시아 지역의 일부 특정 국가들에서 보듯이.
그러나 전 세계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어디까지나 악전고투, 전쟁 상황 중의 일시적 단견이란 것이 뒤따르는 반론이다.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미국의 시대는 종언을 맞고 중국시대가 온다는 주장은 더더욱 시기상조의 억측이라는 것이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바이러스의 기습에 허둥대는 미국의 모습을 클로즈업 시키면서 중국공산당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베이징의 도박은 역풍을 맞고 있다’- 포린 어페어지의 지적이다. 오히려 그로 인해 중국에 대한 회의감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일대일로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아프리카에서도 반 중국 정서만 높아가고 있다는 것.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만연사태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중국의 선전선동은 한 마디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는 은폐, 투명성 결여, 탄압 그리고 거짓정보 살포 등으로 일관해온 중국 공산당의 속내가 이미 샅샅이 까발려졌다.
거기다가 코로나 위기를 통해 시진핑 영도의 중국공산당 독재체제의 한계도 드러났다. 때문에 이란, 캄보디아, 파키스탄, 세르비아 등 극히 일부의 나라들을 제외하고 ‘베이징 내러티브’에 귀를 기울이는 나라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
베이징이 내세우는 코로나 방역 성공담도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의 효과적 대처와 비교돼 오히려 역효과만 내고 있다.
‘코로나 이후’(AC-After corona) 중국 경제는 더 험난한 상황을 맞을 것이란 예측도 중국시대 도래는 신기루 같은 이야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영기업에 편중된 중국의 국가자본주의는 구조적 모순에 부딪혔다. 그 중국 경제는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 위기로 중국의 주 수출대상국들인 미국과 EU 국가들의 대 중국수입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다가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의 공급체계는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국경제가 급격한 회복세와 함께 미국을 능가하는 ‘넘버 1 경제대국’으로 발 돋음한다는 주장은 넌센스에 불과하다는 것.
“위기가 발생했을 때 민주체제는 처음에는 혼란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 특유의 투명성, 적법성, 그리고 자정능력은 권위주의 체제에 비해 위기대처에 보다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이 역사의 교훈에 저명한 역사학자 아이언 모리스는 한마디 덧붙였다. ‘인류는 결코 안정과 배부름만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다’라고.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게 요약되는 게 아닐까 ‘자유 민주주의 체제는 바이러스 전쟁에서도 결국 승리해 코로나 이후 세계 국제질서도 주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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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