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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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2020-04-17 (금) 전윤재 오클랜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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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성 작가의 ‘내 어머니 이야기’는 만화 형식을 통해 풀어낸 작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출판되면 예의 그의 삶은 위대했거나 범인들과는 달랐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작가의 글에서 밝혔듯이 이 이야기는 자신의 평범한 어머니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작가 어머니의 삶을 다른 이들의 삶과 명확하게 구분지어 주는 특별한 사건도 없고 그렇다고 으레 어머니들을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게 하는 성공한 자식들과 그들을 키워낸 이야기도 없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도 아니고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도 아닌 정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다.

이토록 지극히 개인적인 작가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빽빽하게 써진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게 하고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읽어 내려가게 했을까. 생판 모르는 남의 이야기가 내게 왜 와 닿았을까.


아마 이야기 속 평범한 삶에 흩어진 시간들을 특별하게 묘사해낸 작가의 시선이 내 마음에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서 보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은 대부분 평범하고 특징도 없다. 우리가 서있는 자리는 비슷해 보이고 우리의 삶은 특출 날 것 없는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우리의 삶은 제각기 색과 모양이 다른 희로애락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대강 보아서는 전혀 보이지 않지만 시간을 내어 찬찬히 짚어보면 각기 다르게 생긴 촘촘한 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멀리서 사람을 보면 머리, 몸통, 다리와 같은 형체로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사람을 보면 이목구비가 보이고 표정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가까이 다가가야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에 대해 볼 수 있다. 작가는 시간과 마음을 내어 평범함으로 묶여있는 어머니의 삶을 풀어헤치고 그 속에 총총히 들어앉은 특별하고 비범한 삶의 순간들을 들여다봤다.

나는 그렇게 작가의 눈을 통해 본 그녀의 어머니의 삶에 매료된 것이다. 비범함의 합이 평범함이라는 아이러니를 애정으로 풀어낸 작가의 마음이 내게 와 닿았다. 특별한 평범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김은성 작가의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 어머니 이야기’.

<전윤재 오클랜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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