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악연맹 통계에 의하면 1953년부터 1977년까지 24년 동안에 에베레스트 정상 정복에 성공한 산악인은 전부 58명에 불과하다. 1년에 평균 2명꼴로 등정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힐러리 경(Sir. Edmund Hillary)이 이 시기에 어렵게 에베레스트를 등정했다.
2004년 한 해 동안에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사람은 무려 330명에 이른다. 2005년 이후로는 등정에 성공한 사람의 수가 급증했다. 이젠 등정에 성공한 명단조차 발표하지 않는다. 처음 24년 동안에는 1년에 2명에 불과하던 등정 숫자가 2004년부터 왜 이렇게 갑자기 늘어났을까. 그 비밀이 발상의 전환에 있다.” (랜스 세크리탄의 ‘Reclaiming Higher Ground’ 중에서)
초창기 24년 기간 중에는 누구나 해발 2,0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는 것이 관례였다. 해발 2,000미터 지점에서 정상까지의 구간은 6848미터다. 고산에선 6,848미터는 고난의 긴 구간이다. 이 구간을 공략하는 데는 긴 시간, 고도로 축적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에 직면하면 대책을 세울 수가 없어서 희생자가 많다.
2004년부터는 해발 2,0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지 않는다. 6,7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한다. 세르파, 물자, 장비를 해발 6,700미터 지점에 미리 준비시켜 놓고 정상 정복을 시도한다. 여기서 2,148미터 만 더 올라가면 에베레스트 정상이다.
해발 6,700미터의 베이스캠프에서 등정이 개시되면 바로 어택캠프(attack camp)를 치고 올라간다. 하지만 정상으로 그대로 돌진하지 않는다. 올라가면서 제 1캠프, 제 2캠프, 제 3캠프를 설치하고 숨을 고른다. 캠프와 캠프사이를 왕복하면서 현지 상황에 충분히 적응한다. D-Day의 순간이 오면 기다렸던 정상 등정에 도전한다.
베이스캠프를 좀 더 높은 고도에 설치하는 ‘발상의 전환(Breaking Pattern)’으로 8,848미터의 고산 에베레스트 등정 성공률은 급격히 높아졌다. 사람과 생선은 그대로 놔두면 저절로 썩는다. 전통과 관습의 노예가 되는 한 창의적 도약은 없다. 끝임 없는 혁신과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만이 인류의 새 역사를 쓸 것이고 후대에 기억되는 인물이 될 것이다.
<
김창만/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