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선물이야기

2020-04-10 (금) 12:00:00 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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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출근하자마자 동료로부터 마스크 두 개를 선물을 받았다. 주말동안 지점식구들을 위하여 하늘, 파랑, 초록색 털실로 손뜨개질을 하고 안쪽에는 하얀색 면을 꿰메어서 정성으로 만든 마스크였다. 두려운 바이러스를 너끈히 막아줄 사랑의 방패막이인 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를 향해 웃었다. 힘든 시간이어도 웃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부모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선물 1순위가 현금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듣고서 현찰을 드린다. 하지만 뭔가 마음으로 전달하는 느낌이 아니고 숙제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이 있다. 지금의 우리는 아주 쉽게 꽃선물을 하거나 받으며 살고 있지만 살림살이 빠듯하게 살아온 엄마의 시간에는 누리지 못한 기쁨이었다. 처음 친정엄마께 꽃선물을 보내드렸을 때 사진까지 찍어 보내시며 행복해 하셨다. 나와 엄마 모두 행복한 추억의 선물이 꽃이 되었다. 지금은 엄마가 안계셔서 꽃선물을 할 수 없지만 가끔씩 장바구니에 꽃 한다발 담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엄마, 꽃 예쁘지?’ 하며 마음으로 엄마와 얘기를 나눈다.

식구들에게 사랑 한가득 더한 생일상을 차려줄 때도 기쁘고 설렌다. 생일상에 빠질 수 없는 미역국과 함께 주인공이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장을 보고 요리를 하고 사랑 담아 차려내면 뿌듯하다. 특히 행복한 얼굴로 맛있다고 말해줄 때는 어깨가 으쓱, 뿌듯함이 밀려온다.


내가 나누길 좋아하는 선물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그 책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생각나면 적어둔다. 여행을 좋아하거나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 요리책이 좋을 사람, 따뜻한 에세이가 때론 리더십에 관련된 책이 어울릴 사람들을 꼼꼼히 생각한 후 선물한다. 그러다 내가 선물한 책을 읽고 감동받았다고 말해줄 때면 깊은 교감을 나눈 듯해 기쁘다. 또한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맛난 커피를 찾아서 선물을 할 때면 커피향으로 내가 먼저 즐겁고 그 향을 즐길 친구가 생각나 절로 미소가 피어오른다. 가끔 병원 가는 길에 산 오렌지주스를 간호사분께 내밀면 싱그런 미소가 오간다. 또 누군가에게 도넛이나 초콜릿이라도 전하면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마음이 부자인 하루가 만들어질 것 같다.

이렇듯 선물이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기까지의 마음과 사랑 그리고 받은 사람이 누리는 행복한 시간으로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미셸 정 (한미은행 SV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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