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 돕자

2020-04-04 (토)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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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두의 일상생활이 힘들어진지도 이제 여러 주가 되었다. 이번 주에는 내가 거주하는 버지니아 주에도 모든 주민이 집에 머물도록 강제하는 주지사의 행정명령(Stay-at Home Order)이 내려졌다. 꼭 외출해야 할 경우를 제외하고 그냥 집에 있으라는 것이다. 그 행정명령이 떨어진 날 밤 꼭 해야할 일이 있어 차를 운전해 나가보니 정말 조용했다. 길에 차가 거의 보이질 않았다.

미국 내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아무리 대처를 잘 해도 사망자가 10만에서 24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는 백악관의 발표는 모두를 경악케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끼치는 심리적 위축감도 상당하다.

한주 전 혼자 계시는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 말씀을 드렸는데 20일 간 오지 말라고 하셨다. 약간 어지럼증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 바로 며칠 전에 수퍼마켓 두 군데를 다녀왔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는지 모른다 하셨다. 어지럼증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막무가내셨다. 오히려 나보고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따지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바이러스 증상으로 의심되면 병원에 가서 테스트를 해보시라고 하자 그것은 또 싫다고 하셨다. 병원에 가서 오히려 감염되어 올 수 있단다.


내 변호사 사무실에서도 마스크 사용을 두고 여러가지 견해가 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사용이 당연하고 모두가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 그렇지 않다. 연방 질병통제센터(CDC)의 현재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증상이 있는 사람들만 쓰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사무실에 마스크를 쓰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 한국에서처럼 증상은 없지만 만약을 대비해 쓴 것인지, 감염 여부는 몰라도 증상이 있기에 쓴 경우인지를 판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사무실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라고 해야 할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 마스크 사용을 CDC 가이드라인에 맞추는 게 더 적절한지의 판단도 어렵다.

현재 CDC 가이드라인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언제 진정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지사의 행정명령이 일단 6월10일까지이니 그 때까지는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짜 더 문제는 경제적으로 고충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 연방의회를 통과한 2조달러의 구제 프로그램이 좀 도움이 될 것이다. 비즈니스를 운영하거나 직장을 잃은 한인들 모두 혜택 신청을 하기 바란다. 그런데 2조 달러라면 미국에 사는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해서 일인당 6천달러 정도 되는 액수이다. 결국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한명 당 크레딧카드에서 6천달러 씩 현금을 찾아 썼다고 생각하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앞으로 몇 번의 추가 구제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지난주에 세탁물을 맡기러 내가 단골로 찾아가는 한인 운영 세탁소에 갔었다. 사무실에서 일을 마치고 갔으니 6시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 보통 7시까지 여는 세탁소의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당분간 5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인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5시 전에 찾아가 맡겼다. 그랬더니 빨래하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직원들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어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주 중에 세탁물을 찾으러 갔다.

물론 5시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문이 잠겨있었다. 그 사이에 문 닫는 시간이 3시로 바뀌었다. 다음 날 다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가능한 선에서 이웃을 도와야 한다. 세탁물도 일부러라도 찾아서 갖다 맡기고, 음식점에서 음식도 픽업이나 배달 주문해먹자. 물론 그렇게 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우리의 우려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자. 그들이 주저앉지 말고 버틸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자.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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