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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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속의 희망

2020-03-28 (토)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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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가 들불처럼 퍼져 100일이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국가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이어서 모든 주요시설이 셧다운 됐고 가주 정부는 모든 주민들에게 집에서 칩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이 온라인강의로 전환했다. 함께 모여 예배 드려야 할 교회마저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예배를 본다. 식당과 술집이 문을 닫았고 겨우 식료품 등 생필품을 파는 마켓과 약국 등만 문을 열고 있다. 활기 넘치던 거리는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공포와 고립 속에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되니 지나간 일상들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생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고 직장도 재택근무가 늘어난다. 직장 동료와 학교 친구와 만남이 단절됨은 물론 친척 간의 왕래도 끊기고 가족사이도 스킨십을 꺼린다. 코로나 광풍 속에서 사회기능이 마비되고 개인들은 고립 단절로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다.


코로나19는 분명히 무서운 유행병이고 세계가 겪는 위기이다. 그렇다고 역병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꺾여서는 안 되겠다. 우리는 공동체를 찾아야한다. 비록 사회 경제 시스템은 일시 기능이 정지됐고, 개개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원해졌지만 우리는 일상의 광장인 공동체를 되찾기 위한 의지를 잃지 말고 희망을 가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선 과도한 공포감을 버려야 하겠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과 제2차 대전의 어려운 시절 미국을 이끌면서 “가장 큰 두려움은 두려움 그 자체”라면서 용기를 갖고 난관을 돌파하자고 호소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과도한 두려움이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개별적인 공포감이 집단화하면서 사회분위기는 악화하고 그래서 이기적인 일탈까지 늘어나지 않나 염려된다.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제일 먼저 벌어진 상황이 무분별한 사재기였다. 3월 초부터 일반마켓에서 쌀과 화장지, 생수가 달리더니 아예 동이 나기도 했다. 무분별한 이기심의 횡포이다.

공포감을 떨쳐버리는 건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희망과 용기의 끄나풀을 놓지 말아야 하겠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가 쓴 ‘페스트’는 역병의 참화를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에 빗대 쓴 소설이다. 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며 의연히 운명과 대결하는 용기를 긍정의 메시지로 내 보였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역시 역병이 배경이다. 당시 전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던 페스트를 피하고자 산속 별장으로 피신한 10명의 남녀가 격리생활 속에서 매일 10편씩 10일 동안 돌아가며 펼치는 100가지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포커스를 두려움과 불안에 두지 않고 ‘거침없는 욕망과 쾌락, 현재적 삶을 유쾌하게 긍정하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공포를 벗어난다.

그렇다. 우리는 참화에 침잠하지 말고 그를 넘어서는 용기와 희망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한다. 대구 경북에서 갑자기 발병자가 폭증하여 현지 의료진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전국의 의료진이 발 벗고 자원봉사에 뛰어든 사례는 감동을 주는 이웃사랑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공포와 낙담 속에 일상이 파괴된 삶을 살 수는 없다. 긍정과 희망을 갖고 이웃과 함께 타개하는 노력을 이어가야 하겠다.

<배광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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