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꽃청춘 눈물 짓게 한 붉은 사막, 그 먹먹한 풍경

2020-03-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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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미비아 데드플라이

나미비아 나미브사막의 데드플라이. 사막 한가운데 있던 호수가 말라붙으며 생긴 그로테스크한 풍경이다.

사막은 매일 새로워진다. 끝없이 불어대는 바람이 듄의 능선을 허물고, 또 일으켜 세운다. 또 태양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사막의 풍경은 시시각각 전혀 다른 색조의 옷들로 갈아 입는다. 한 자리에 앉아 바라보면 마치 사막이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황홀한 변신이다.

나비비아 나미브사막의 소수스플라이에서 듄45를 몸으로 체험했다면 다음은 데드플라이다. 듄45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에 있다. 이름에 플라이(vlei)가 붙었으니 분명 팬(pan)처럼 아래로 꺼져 있어서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곳일 게다.


건조한 나미브 사막 한가운데 있는 데드플라이는 600년 전 증발한 호수의 흔적이다.

차에서 내려 사르락 거리는 모랫길을 지나 마주한 데드플라이는 정말이지 기괴하다.

호수의 물이 말라붙고 그 땅에 뿌리를 박은 나무도 말라붙었다. 흰 타일을 깔아놓은 것 같은 바닥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고, 캐멀손 트리는 나무 모양 그대로 탄화되어 새까만 숯이 됐다. 말라붙은 나무 한 그루에는 까마귀가 둥지를 틀고 앉아 ‘깍깍’ 울어대며 데드플라이를 지키고 있다.

시뻘건 모래벽이 둥글게 감싸 안은 하얀 바닥, 그리고 그 위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 생명을 잉태한 사막이 그 주검까지 껴안고 있는 풍경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맞닥뜨린 데드플라이는 마치 이승이 아닌 저승의 풍경이랄까.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은 약동하는 생명을 실감하는 길이기도 하다. 시뻘건 듄들을 뒤로하고 다시 세스리엠으로 나오는 길.

마치 새 길을 가듯 올 때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 가득 깔린 덤불의 초록이 그렇게 싱그러울 수 없다. 그 위로 아프리카 타조인 오스트리치와 덩치 큰 영양 오릭스, 맑은 눈망울을 가진 스프링복 등이 떼를 지어 노닌다.

세스리엠 입구엔 1㎞ 길이의 협곡 세스리엠캐년이 있다. 땅밑으로 푹 꺼진 협곡 안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사막을 가로지른 차우찹강이 1,500만년 넘게 깎아 만든 협곡이다. 사막에선 너무도 절실한 그늘과 물을 제공하는 최고의 오아시스다.


나미브 사막의 또 다른 매력적인 풍경은 어두운 밤이 감추고 있다. 사막은 구름도 잘 끼지 않는 데다 도시의 불빛 등 인공조명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별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장소다. 한 밤 고개를 들면 수천 수만의 다이아몬드를 뿌려놓은 듯한 밤하늘이 펼쳐진다. 별빛샤워다. 남십자성 옆으로 흐르는 도도한 은하수가 하늘을 완전히 가로지르고, 유성이 여러 차례 강렬한 선을 긋고 사라진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놓고는 한없이 별을 호흡한다.

소수스플라이로 가는 길에는 ‘고독’이란 이름의 마을을 지난다. 허름한 바와 주유소가 있는 간이정거장 같은 마을, 솔리테르(Solitaire)다. 왠지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콜링 유’가 흘러나올 것만 같은 곳이다. 솔리테르 바에 걸터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시며 분위기에 취해본다. 자신을 이 먼 사막에까지 이르게 한 그 고독을 곱씹어본다.

나미비아는 나마족 말로 ‘대평원’ 이란 뜻이다. 나미비아는 독일의 식민지배(1890~1914)를 겪어 독일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독일의 지배를 벗어나니 남아공이 쳐들어왔고 1990년이 되어서야 독립을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젊은 독립국이다.

나미비아의 가운데는 해발 1,000~2,000m의 거대한 고원이고, 좌측은 나미브사막, 우측은 칼라하리 사막이 에워싸고 있다.

수도는 중앙고원 해발 1,660m에 자리잡은 빈트훅(Windhoek)이다. 시내 중심에는 독일 풍의 건축물과 현대적 감각의 빌딩들이 어우러져 있다. 독일의 요새였던 알테 페스테는 현재 나미비아 국립박물관.

나미비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 옆 네오고딕 양식의 루터교회는 빈트훅의 상징이다. 가장 활기찬 쇼핑거리인 포스트 세인트 몰에는 기비온에서 가져온 운석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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