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화 내는 한인 소녀들, 다 모여라”

2020-03-26 (목) 12:00:00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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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만화 ‘앵그리 리틀 걸’ 작가 릴라 이

“너는 네가 아시안이라고 생각해? 아메리칸이라고 생각해?”

어느 덧 40대 중반이 된 카툰 작가 릴라 이씨가 버럭 공주 킴에게 묻는다. 돌아온 그녀의 답은 여전하다. “둘 다 아냐. 난 그냥 화난 걸이라고!”

고코믹스와 웹툰스에 연재되고 잇는 ‘앵그리 리틀 걸스’(Angry Little Girls!)은 한인 소녀 킴이 이민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일상 속에서의 인종, 성별에 대한 차별을 비판하고 주류가 아닌 사람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주간 만화다.


이씨가 UC 버클리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4년 여섯 살짜리 꼬마 킴이 세상에 나왔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킴이 등장하는 ‘앵그리 리틀 아시안 걸’을 처음 선보였을 때 까만 머리와 자그마한 체구, 영어를 잘 하지만 말 수가 적고 남성과 웃어른에게 순종하는 착한 소녀라는 아시안 소녀의 이미지를 단박에 깨뜨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이씨는 “위선에 찬 백인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한 킴은 백인사회의 기득권과 문화적 차별의식에 눌려 ‘변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벗지 못하고 있던 아시안, 그 중에서도 한인을 정면으로 부각시킨 만화”라고 소개했다. 이후 이씨는 화난 걸 킴을 주인공으로 불만공주 데보라, 자유로운 걸 마리아, 우울한 걸 자일라, 엉뚱한 걸 완다, 그리고 남자친구 브루스 등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앵그리 리틀 걸스’를 그려 유니버설 프레스를 통해 각종 매체에 기고했다. 1998년 비디오 테입으로 제작된 에피소드 4편이 LA타임스와 LA위클리의 호평으로 일반 상영되었고 이후 캐릭터 상품으로 제작, 판매되면서 ‘앵그리 리틀 걸’은 유명세를 탔다.

2004년 출간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후 3권이 더 출간되었으며 2013년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방영되기도 했다.

카툰 작가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지난 23일 이메일 구독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제 더 이상 불만공주 킴은 이메일로 만날 수 없다”며 “고코믹스나 웹툰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앵그리 리틀 걸스 페이지에 주간 만화로 연재될 것”이라고 전했다. 삐죽삐죽 고집스레 자라난 앞머리, 성깔 있게 치켜 올라간 눈썹, 선생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난 아시아 소녀야!”라고 폭탄처럼 소리치는 킴을 원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이메일 구독자 수가 급등한 것이다.

고코믹스(www.gocomics.com)에 ‘앵그리 리틀 걸스 코믹스’로 중이며 영문판 4권과 한국어 번역판 3권이 출간돼있다. ‘난 아직도 화가 나’(Angry Little Girls) ‘화내기 두 번 후회하기 한 번’(Still Angry Little Girls) ‘사랑하지만 꺼져 줄래?’(Angry Little Girls in Love), 그리고 영문 카툰북 ‘Fairy Tales for Angry Little Girls’이다.

툭 하면 화를 내는 킴은 26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화가 나지만 화내기 두번에 후회하기 한 번 꼴로 반성을 한다. 그리고 설렘과 실망에 좌충우돌하면서 사랑도 한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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