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적 거리, 정서적 거리

2020-03-24 (화)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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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의 조상인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본성상 서로 함께 어울리며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지난 2,500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반론이나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모든 인간생활이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인간의 본성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서 크게 짓눌리고 있다. 아직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길 수 있는 길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밖에 없기 때문이다. 긴 인류역사 동안 많은 대유행병과의 전쟁을 겪으면서 터득한 전술이다.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침투할 틈을 주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소멸케 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손을 깨끗이 씻고 얼굴을 만지지 않는 등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위생습관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중요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이 국가비상 사태를 선언했다. 여러 주정부들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중집회의 금지를 명령했다. 학교는 문을 닫고 휴교에 들어갔다. 많은 대학들과 교회들이 강의와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회사들과 정부부처가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있다. 사람들은 공식 비공식 모임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미팅으로 대체한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권장한다.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는 6-10피트의 거리를 유지하라고 한다. 유행병 전문가들은 친지간의 상호 방문이나 아이들끼리 모여 노는 것까지 피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에 약한 고령자나 다른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녀나 손자 손녀들의 방문까지 경계하라고 권고한다. 18세 이하의 아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도 증상이 없거나 아주 가볍게 넘긴다고 한다. 아직까지 확실한 자료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증상이 없이도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것이다.

이 모든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본성을 억누르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의 간격은 단순히 신체적 거리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신체적 거리보다 더 중요한 마음의 거리, 정서적 거리(Affective Social Distance)가 있다. 지금처럼 신체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때일수록 정서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기 위해서 가까운 친척 친지들을 한자리에서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전할 수 있다. 전화가 있고 이메일, 텍스트 메시지, 카카오톡이 있다.

특히 연로한 분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 필요한 때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훨씬 더 취약한 분들이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식품이나 생활필수품들을 쇼핑하여 문 앞에 갔다 놓는 것은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을 돕는 방법이다. 연로한 분들은 직접 쇼핑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불안 심리에서 오는 사람들의 사재기 욕심 때문에 식품점이나 생활필수품 스토어에 물건이 들어오기가 바쁘게 불티처럼 없어진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극복될 것이다. 세계는 5,0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18-19년의 스페인 독감, 10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1957-58년 아시아독감과 1968-69년 홍콩독감 등 많은 대유행병의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또 중국과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이미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확산은 한동안 더 악화한 후 감소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위기를 넘길 때까지 우리 모두 어렵고 불편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들을 지켜야 할 것이다. 동시에 친척 친지들과의 정서적 거리는 더 가깝고 두껍게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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