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냉전인가 하이브리드 전쟁인가

2020-03-23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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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당국이 3주 만 더 일찍 대처에 나섰더라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케이스는 전 세계적으로 95%가 줄었을 것이다.” 악시오스지가 주요 연구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다.

‘3주 만 빨리 대처했으면…’ - 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사태. 이와 관련해 이후 미국의 주요언론마다 되뇌는 구절이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그러니 몰염치,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고 할까.


이탈리아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 지역으로, 또 미국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번져나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베이징은 바이러스 저주의 진원지인 중국이 마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의 구세주인 양 자화자찬 식의 선전선동을 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코로나19의 진원지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가 아닌 미국이’라는 음모설에 가까운 주장을, 그것도 중국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떠벌이고 있다.

그 아주 대담무쌍(?)한 중국공산당의 책임전가에 미 언론은 처음에는 어이를 상실했다고 할까. 그러다가 사실보도를 근거로 반격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위기, 그 책임은 중국 공산당에 있다는.

그 흐름이 그런데 그렇다. 미국과 공산당 통치의 중국은 마치 본격적인 제 2의 냉전에 돌입한 것 같다. 그 한 케이스가 월스트릿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사 중국주재 기자들의 추방사태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대상으로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에 돌입했다.” 아시아타임스의 진단이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도입 이후 베이징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미국을 위협세력으로 적시하고 있다는 거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시진핑은 ‘전염병 마귀(devil)’로 명명했다. 그리고는 그 마귀에 대한 ‘인민전쟁’을 선포했다. 시진핑은 공산주의 유물론자다. 유교전통의 중국사회에서도 devil이라는 말은 영적 존재를 지칭하지 않는다. 악 혹은 적의 개념으로, 마귀하면 바로 연상되는 것은 백인 서양세력 혹은 외국의 적이다.

마귀를 상대로 인민전쟁을 선포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중화지상주의를 고취해 외부세력과 싸운다는 의미를 교묘히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중국공산당 선전기구들은 시진핑의 우한방문을 마치 마오쩌둥이 인민전쟁 승리와 함께 베이징에 입성한 것과 같이 위대한 업적으로 일제히 찬양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과 함께 아시아타임스는 베이징은 이미 미국을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정규전과 비정규전 그리고 사이버전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전쟁 개념)에 빠져들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여기서 새삼 던져지는 질문은 서방세계의 관점에서 볼 때 말도 안 되는 중국공산당의 코로나바이러스 저주 책임전가 선전선동이 과연 먹힐까 하는 것이다.

“중국의 외교관들은 서방을 대상으로 미국책임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중난하이 더 좁히면 시진핑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이는 거다.” 중국문제 전문지 차이나파일의 지적이다. 중국에 유리한 국제여론 조성도 조성이지만 그보다는 충성경쟁에, ‘국내용’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코로나바이러스 창궐, 이에 따른 막대한 인명손실, 심각한 경제적 대미지로 시진핑 체제는 엄청난 정치적 도전에 직면했다. 상황 돌파를 위해서는 선전선동의 밑그림 격인 뭔가 정치적 대서사(narrative)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바이러스 침투에 얼마나 허약한지를 중국인민에게 보여주고 반면 시진핑 체제는 방역에 성공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중화민족주의를 한껏 고취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목적으로 베이징은 국내외적으로 관영언론매체를 총동원해 대대적 선전선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선전선동이 성공할까. ‘아마 힘들 것이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허드슨연구소는 중국공산당의 내부분열을 한 가능한 시나리오로 제시하면서 코로나19 만연사태는 여전히 ‘중국판 체르노빌사태’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함께 김정은의 북한체제는 심각한 리더십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허드슨연구소의 또 다른 진단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만연과 함께 북한의 방역체계가 무너질 때 지난 1996년 고난의 행군 시 발생한 북한군 6군단의 반란사건과 같은 쿠데타 발생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이 그런 사태 모면을 위해 대외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국내 상황이 어려워질 때 우려되는 또 다른 사태는 대만 등 분쟁지역에서 도발가능성으로 베이징은 미국의 동맹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흔들기 작전을 펼 수도 있다. 그러니까 미국과 동맹국 간에 방위비 분담 등으로 간극이 생길 때 적극적 이간작전을 펼치고 또 사이버공격을 통한 여론전을 구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사태에서 착안, 베이징은 합성생물무기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국내 비상상황에 대비해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 안보상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바이러스 폭탄을 숨겨놓을 수도 있다는 거다.

이래저래 공산당 통치의 중국은 화근 덩어리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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