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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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동력’

2020-03-17 (화)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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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나무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울타리에 가지 무성한 매화나무
벌들이 구름화물에서 날라 온 석탄 퍼붓고 있다
겨울에 어머니는 고운 옷을 입고 화장하고
외할아버지 곁으로 아주 떠났다
겨울에서 봄까지 나는 아주 쓸쓸해져서
어머니 없는 골목에서 오래 서 있었지만
매화나무 공장에서 야근하는 일벌들
봄을 끌어오느라 분주하다

이창수 ‘봄의 동력’

매화나무뿐이랴, 산수유나무에서, 생강나무에서, 귀룽나무에서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나무들뿐이랴, 겨우내 언 땅에 납작 엎드려 있던 냉이와 개망초와 달맞이꽃 로제트에서도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땅속 눈석임물, 얼음석임물이 뿌리에서 가지로 물관을 타고 수직으로 오른다. 누가 저 나무와 풀들에게 보일러를 시공해주었을까. 두고 온 자식들이 눈에 밟혀 외할아버지 곁으로 떠난 어머니가 보일러 기사들을 보내주었을까. 나뭇가지마다 꽃눈이 벙글고 잎눈이 터질 것이다. 해마다 ‘춘래불사춘’을 외칠 사연은 있지만, 그래도 봄은 온다. 반칠환 [시인]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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