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미국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마스크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인데, 뉴욕타임스 기사에서는 마스크가 별 실효가 없으니 환자만 쓰라고 하고 있다. 여지껏 마스크 관련한 CDC(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입장은 늘 그와 같았다.(그럼에도 가게에는 마스크가 동났다.) 미국인들의 이런 인식 때문에 한국처럼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가면 눈총을 피하기 어렵다. (환자로 오해 받을 게 뻔하다.) 투명하고 유연한 플라스틱이 얼굴 전체를 가리도록 모자로 눌러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사도 있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는 분들이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 하나 한국과 미국이 다른 점이 있다. CNN에서 나온 질병 대처표를 보니, 감염자 수가 급증하는 시점이 되면 환자 추적을 멈추는 게 정석으로 되어있다.(한국으로 보면 31번 환자 이후를 말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는 추적이 아니라 독감 같은 팬데믹(유행병)으로 간주하고 가능한 인력을 치료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만희 회장이 음성이든 양성이든 쫓아다니며 감별해 줄 이유가 없다.
질병의 예방은 그렇다 치고, 우리의 삶은 이런 불안에 압도당할 수만은 없다. 이런 때 문학은 어떤 행보를 걸었을까? 중세 페스트가 창궐했을 때 나온 작품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다. 둘 다 불안한 사회를 잠시 잊고자하는 여러 사람들의 여러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이 시대에도 위로가 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차라리 다음과 같은 과학의 세계가 요즘에는 시름을 잊고 꿈을 꾸게 한다.
갑부들이 각자 우주선을 만들어 달나라에 가고자 하는 요즘, 컬럼비아 대학의 젊은 두 과학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이 제안은 경제성으로나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지구에서 달까지 우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달에서 출발해 지구의 해발 2만2,236마일(geostationary orbit)까지 20만 마일의 케이블을 설치하고, 이 줄을 타고 우주선이 이동하면 쉽다는 것이다. 2만2,236마일이란 중력으로 인해 시설이 파괴되거나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물체가 이동하지 않는 지점의 높이이니, 거기까지 가서 우주 우버(?)로 갈아타면 되는 것이다.
달 쪽은 무풍지대나 다름없고 중력도 거의 없어서 일단 설치만 하면 그대로 영구한 정류장이 된다. 과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이 계획에는 연필보다 가는 케이블이면 충분하고, 현 갑부 중 하나가 돈을 대면 가능할 정도의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다음에 또 유행병이 번져 지구 내 여행이 금지된다고 치자. 그러면 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우주엘리베이터 정류장으로 가서 잭의 콩줄기 같은 케이블을 타고 달에 순례를 갔다 오면 어떨까? 그러면 아마도 달의 주민들은 저 위(혹은 아래) 지구라는 곳에 바이러스라는 괴물이 사는데, 콩줄기를 타고 겨우 도망 나왔노라고 새로운 동화를 쓰게 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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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