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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나이

2020-03-11 (수)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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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2016년 70세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초선으로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나이에 당선된 것이다. 그는 금년 73세로 재선에 도전한다. 1980년 69세로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레이건이 4년 후 재선에 출마했을 때 진보계와 민주당은 그가 대통령의 직무를 계속하기에는 너무 노령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금년 재선에서 누구도 트럼프의 나이를 문제 삼지 못할 것 같다. 그의 나이가 상대 민주당 후보보다 4-5살 적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선에 난립했던 20여명의 후보들이 이제 모두 하차하고 두 명의 선두주자만 남아 경쟁을 하고 있다. 78세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77세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헌법은 35세 이상으로 대통령 연령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몇살 이하여야 된다는 제한은 없다.

그러나 이들 두 민주당 후보의 나이는 이미 선거 이슈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타운홀 미팅에서 80대의 한 참석자는 바이든에게 당신은 대통령이 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직접 지적했다. 특히 바이든 전부통령의 거듭되는 말 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1968년에 암살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70년대 후반에 암살되었다고 말했는가 하면, 민주당후보 토론에서는 2007년 이래 미국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억5천만명이 총기로 살해되었다고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주 동안에도 바이든은 대통령 예비선거 유세에서 자신이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라고 혼동하는가 하면 수퍼 튜스데이를 수퍼 목요일로, 그리고 폭스 뉴스의 유명한 앵커 크리스 왈러스(Chris Wallace)와 인터뷰를 마치고 그를 ‘척(Chuck)’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했다.


만약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다면 2019년 말 갑자기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심장수술을 받은 그의 건강도 나이와 함께 선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나이와 건강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때에도 이슈가 됐다. 선거인단 전원의 찬성투표로 연임을 한 워싱턴 대통령에게 많은 사람들이 3선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은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을 다시 맡기에는 65세의 고령인 자신의 건강이 염려되고, 만약 재임 시 죽게 되면 대통령이 종신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사양했다.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자신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한 결정이었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었던 레이건은 78세에 임기를 마치고 국민들의 높은 지지 속에 백악관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재임 중 피부암과 전립선 수술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대장 수술 시에는 대통령 권한을 부통령에게 잠시 위임하기도 했다. 그는 백악관을 떠난 후 치매에 시달리다 2004년 사망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레이건이 백악관을 떠나기 오래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다고 그의 저서에서 밝혔다. 금년 선거에서 바이든이나 샌더스가 당선되면 취임할 때 그의 나이는 레이건이 두번의 임기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날 때 나이와 같거나 많게 된다.

물론 나이와 건강의 관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의 감소를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령이 되어도 오랫동안 살면서 습득한 사실이나 지식, 그리고 이미 몸에 읽힌 기술 등을 유지하는 능력(결정성 지능: Crystallized intelligence)은 비교적 잘 보존한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주어진 상황을 융통성있게 생각하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유동성 지능: Fluid intelligence)은 비교적 빨리 감소된다. 또 나이 들면서 사람들은 동시에 여러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약해지고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를 기억해내는 속도도 느려진다.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상황에 융통성있게, 신속히 그리고 최선의 방법으로 대처해야 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직책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와 조언들을 신속히 정확하게 흡수 분석하고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통령의 나이와 인지능력도 선거에서 고려되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박옥춘 조지메이슨 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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