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난 2년 번것 다 까먹어…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2020-0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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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시 역대 최대 낙폭

▶ 코로나 사태 지속 땐 실물경제 타격 엄청나, 이달 금리인하 전망도

지난 2년 번것 다 까먹어…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다우지수가 1,190.95포인트 폭락한 27일 뉴욕증권거래소. [AP]

지난 2년 번것 다 까먹어…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센 쇼크가 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세계 경제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거세다.


경제 전문가들은 2008년과 코로나 사태를 비교하면서 ▲실물충격 확산 ▲중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밸류체인 붕괴 ▲금리 인하 등 정책수단 제한 ▲교역량 급감 등을 이유로 2008년보다 실물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2008년의 경우 각국이 초저금리 정책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물경제부터 무너지고 있는데다 재정확대나 통화긴축 등 유동성 공급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발 복합위기가 전 세계를 엄습하는데 정책수단은 제한돼 있다는 얘기다.

2008년 위기를 예견했던 앤디 셰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은 날카롭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여름까지 이어지면 그 충격은 2008년보다 클 것”이라며 “중국산 저가부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선진국 제조업에 연쇄 타격을 주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뉴욕증시는 이를 반영하듯 엿새만에 초고속조정장에 접어들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장밋빛 기대에 젖었던 미국 뉴욕증시의 분위기가 일주일 만에 돌변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도 ‘나홀로’ 경제 호황을 자신하며 우상향 곡선을 이어왔던 뉴욕증시는 급속히 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최악의 한주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다우지수는 1,190.95포인트(4.42%) 하락한 25,766.6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 1,031.61포인트 급락한 지 사흘 만에 1,000포인트 웃도는 낙폭을 다시 기록한 셈이다.

포인트 기준으로만 단순 비교하자면, 지난 2018년 2월 5일 하락 폭(-1,175포인트)을 웃돌면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또한 다우지수는 2018년 2월27일 25,709.27포인트를 기록한 바 있어 2년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물론 실질적인 낙폭에선 120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는 물론이거니와 2018년 2월 5일(-4.60%)에도 못 미친다. 블랙 먼데이 당시 다우지수는 2,200선에서 1,700선으로 508포인트, 무려 22.6% 폭락한 바 있다. 당장은 ‘최대 낙폭’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좀처럼 반등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흐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다우지수는 지난 12일 29,551까지 오르면서 ‘3만 고지’를 눈앞에 뒀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자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여기에 미국 역시 코로나19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고음이 잇따르자 낙폭을 키우는 모양새다. 다우지수는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3,785포인트 주저앉았다. 이번 주에만 3,200포인트 이상 밀려났다. 통상 주가조정은 고점 대비 10~20% 하락을 의미하는데, 최고치와 비교하면 다우지수는 13% 가까이 떨어졌다.

■최고치 S&P 500지수는 불과 6일 만에 조정 장세

지난 주까지 강세를 이어가면서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불과 6거래일 만에 조정 장세에 들어섰다. 지난 19일 3,386선으로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S&P500 지수는 이날 2,978.76으로 마감하면서 최고점에서 총 408포인트, 12% 하락했다. S&P500 지수는 이날 3,000선도 힘없이 내줬다. 또한 나스닥 지수는 414.29포인트(4.61%) 하락한 8,566.48에 마감했다.

마켓워치는 “S&P500 지수가 6거래일 만에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연이틀 폭락한 이후로는 가장 빠른 속도”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42% 치솟으면서 39선을 넘어섰다.

■주요기업도 실적 부진 전망

주요 기업들의 코로나19 충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점도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급망 정상화가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면서, 핵심 사업 부문에서 매출 목표를 충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페이팔도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 우려로 연례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퍼런스 ‘F8’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 순이익 증가율이 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은 S&P 500 지수가 2,900선까지 더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에 당장 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 기대도 치솟았다. 4월까지 한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은 9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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