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은 감사표시, 강요해선 안된다
2020-02-21 (금)
요즘 식당에서 식사한 후 계산서를 들여다보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눈에 띄게 오른 음식 가격에 덩달아 팁의 액수도 오르면서 외식비용이 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많은 식당들이 팁 권장액수를 아예 18%, 20%, 22% 등 높은 수준으로 미리 계산해오기도하고, 주류식당 중에는 3~5%의 써차지(surcharge)까지 부과하는 곳이 많아져 외식하기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식당만이 아니라 셀프 서브에 가까운 커피숍, 빵집, 푸드 트럭에서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팁은 이제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크다. 식당과 같은 중소규모 업체들은 당장 늘어난 인건비의 부담 때문에 음식 값을 올리고 종업원은 줄이고 있는데 이 경우 소비자는 늘어난 외식비용을 고스란히 감당하면서 서비스의 만족도는 나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팁을 미리 책정하면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팁은 친절한 서비스에 보답하는 고객의 감사표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팁이 감사표시를 넘어 종업원 임금의 한 부분이 돼버린 지 오래다. 미국 사회에서 팁 관련 갈등과 이슈가 끊임없이 대두되는 이유다.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비용이 아닌데도 손님에게 청구서 들이밀 듯 하는 식당이 적지 않고, 팁을 적게 내면 뒤에서 나쁜 소리를 한다든지, 세전 가격에 붙여야할 팁을 택스까지 더한 가격에 적용하는 곳이 많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업주 입장에서는 최저임금 상승 부담으로 음식 값과 팁의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업주가 부담해야할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처사로 여겨진다. 더구나 최저임금이 인상됐다면 종업원의 팁을 높은 수준으로 책정해 영수증에 명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팁은 어디까지나 팁이다. 서비스의 만족도에 따라 음식 값의 10~20% 정도 주는 ‘관습’일 뿐이지, 손님의 의무도 책임도 아니다. 또한 인건비를 이유로 서버를 줄이는 것 역시 비즈니스 경영의 악순환을 부르는 현명하지 못한 결정이다. 종업원이 줄면 서비스가 나빠지고, 고객이 이를 피부로 느끼게 되면 그 식당을 다시 찾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 서비스 직종인 요식업체들이 고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당장의 돈 몇푼보다 장기적 결과를 내다보는 비즈니스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