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7만 달러 버는 가구도 렌트비 내기 힘들어
▶ 매물 고급화 추세로 저가 임대 부족 등 원인
댄 캘브 오클랜드 시의원이 3일 ‘가주 렌트 규제 확대 발의안’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
주거비 부담은 이제 저소득층 세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임대료 급등 현상에 중산층 세입자 중에서도 살인적인 주거비 부담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가 하버드 대학 ‘공동 주택 연구소’(Joint Center for Housing Studies)가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임대료 포함 주거비로 가구 소득의 50% 이상을 지출하는 세입자 수는 세입자 4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약 1,090만 명으로 집계됐다.
또 이른바 ‘주거비 부담 세입자’(Cost Burdened Renters)는 2001년과 2018년 사이 무려 600만 명이나 늘어난 것으로도 조사됐다. 가구 소득 중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경우 주거비 부담 세입자 층에 포함하고 주거비 비율이 소득의 50% 이상을 넘는 경우 ‘심각한 부담’(Severely Burdened) 계층으로 분류한다.
주거비 부담 세입자 비율은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높은데 최근에는 중산층 중에서도 주거비 부담이 높은 세입자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1만 5,000달러 미만의 극빈층 중 주거비 부담 세입자 비율은 약 72%로 가장 높았고 연 소득 1만 5,000달러~3만 달러의 저소득 층에서는 약 43%가 주거비 부담 세입자로 분류됐다.
연 소득 3만 달러~4만 5,000달러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사이 계층의 경우 주거비 부담 세입자 비율이 2011년보다 약 5.4% 포인트 상승한 약 56%로 오히려 저소득 층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층에 속하는 연 소득 4만 5,000달러~7만 5,000달러 가구 중 주거비 부담 세입자 비율은 2011년보다 약 4.3% 포인트 증가한 약 27%라고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밝혔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3인 가족 기준 연 소득 4만 5,000달러~13만 5,600달러인 계층을 중산층으로 정의한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주거비 부담 세입자 비율이 전반적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중산층에서 주거비 부담이 소득의 30%를 넘는 세입자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또 “높은 주거비 부담이 중산층으로 번지고 있는 현상은 저 임대료 매물 감소 현상 때문”이라며 “경제 회복에 따른 소득 증가로 중산층 세입자 비율이 높아졌지만 소득 증가가 임대료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최근 고소득층에서도 세입자 수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조만간 고 주거비 부담에 허덕이는 고소득층 세입자 비율 상승까지 우려된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연 소득 7만 5,000달러 이상으로 고소득층에 속하는 가구 중 세입자 수는 2010년과 2018년 사이 약 320만 명이나 증가했다. 고소득 세입자 수 급증 현상이 나타나자 아파트 임대 업체들은 고급 임대 아파트 공급에 주력하면서 저소득층 및 중산층 주거비 부담 현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규모 부동산 투자 기관들도 이미 수년 전부터 저가 주택 매물을 싹쓸이하다시피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높은 임대료가 부과된 임대 매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지속 중으로 저가 임대 매물 부족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전체 임대 매물 재고 중 저가 매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약 33%에서 2017년 약 25%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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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