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지언론 “미 주교단 접견 때 당장 변화 안준다 의중 밝혀”
▶ 내일 발표할 권고 내용 주목
프란치스코 교황이 기혼 남성에게 사제직 문호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연합]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독신제의 향배를 가늠할 공식 권고 문헌을 발표하기에 앞서 기혼 남성에게 사제직 문호를 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와 미국 가톨릭 매체 등에 따르면 교황은 전날 미국 주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당장은 사제의 혼인을 금지한 사제독신제 전통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미 아마존 등의 심각한 사제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자 미래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은 때가 이르다는 취지다.
주교단의 일원으로 교황을 알현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교구의 오스카 A. 솔리스 대주교도 교황의 발언에서 이러한 맥락의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남미 아마존의 주요 이슈를 논의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와 관련한 ‘교황 권고’(Apostolic Exhortation)가 발표되기 직전 나온 보도라 주목된다.
작년 10월 한 달간 바티칸에서 진행된 이른바 ‘아마존 시노드’에서는 사제 부족 문제를 겪는 아마존 지역에 한정해 결혼한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허용하는 문제가 집중 논의됐고, 폐막 때 이를 찬성하는 입장을 담은 권고문이 채택됐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선 1천년간 이어져 온 사제독신제의 전통을 허무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가톨릭계 내 잠복해 있던 보혁 갈등이 점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달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사제독신제를 고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부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이 12일 ‘친애하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의 교황 권고를 발표하기로 해 교계의 시선이 바티칸으로 쏠려있는 상황이다.
교황은 통상 시노드가 마무리되고서 몇주 또는 몇 달 후 교황 권고 등의 형식으로 시노드에서 논의된 이슈 관련 의견 또는 결정사항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 권고 문헌에는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할 것이냐, 또는 아마존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제도의 예외를 둘 것이냐에 대한 교황 나름의 의중이 담길 것으로 예측되면서 교계 안팎의 관심이 특히 높다.
교황은 과거 사제독신제를 ‘주님의 선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것이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며 지역 사정 또는 필요에 따라 수정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권고 문헌에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면 아마존 시노드의 권고를 따르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교황은 이미 해당 권고 문헌을 작년 말 교황청 관할 부처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를 주요 언어로 번역·감수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고 한다.
교황청은 전임 교황의 저서 논란이 불거지기 전 이미 권고 문헌 작성이 완료됐다고 강조하며 서로 연관짓는 시도 또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