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시상식 다음날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을 찾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어젯밤 펼쳐졌던 오스카 시상식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외국어 영화가 92년 만에 받은 최초의 오스카 작품상이래!”라며 한껏 격양된 그들의 수다에 나 역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단 이들 뿐이랴.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작품상을 비롯한 오스카 시상식 4관왕 달성 소식은 전 세계 수많은 한인들에게 2002년 월드컵, 올릭픽 금메달에 견주는 행복감을 선사했다.
미주 한인들에게 영화 ‘기생충’의 수상 소식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 2016년 ‘오스카는 백인 중심(#OscarSoWhite)’이라는 비난 운동이 벌어졌을 만큼 오랜 기간 오스카 시상식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오스카는 ‘기생충’에 작품상을 비롯한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 상을 수여하며 비영어권의 다양성을 포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여전히 일상 속에서 미묘한 인종차별을 겪으며 미국에서 소수계로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우리도 인종의 장벽을 허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기생충’의 기적 같은 수상 소식이 미주 한인들의 가슴을 들뜨게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3일 치러지는 LA시 선거가 3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지난주 LA시 선거관리국이 340만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 용지를 일괄 발송함에 따라 LA시 선거는 이미 본격 시작됐다. LA한인회를 비롯해 민주당협회, 공화당협회, KYCC 등 여러 한인 단체들은 한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3월3일 짝수 지역구에 한해 실시되는 LA 시의원 선거에는 현직 시의원인 데이빗 류(4지구) 의원과 존 이(12지구) 의원을 포함해 그레이스 유(10지구) 후보, 신디 오티슨(14지구) 후보 등 4명의 한인 후보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많은 한인들이 후원금 기부를 통해 한인 후보들의 선거 캠페인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본보 2월8일자), 후원금 뿐 아니라 실제 한 표 또한 행사함으로써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만 한다.
LA시 선거는 3월에 치러지는 예비선거에서 과반수로 득표하면 당선이 확정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위, 2위 후보가 결선에 진출해 또 한 번 맞붙게 된다. 이번 11월 선거가 대선과 함께 치러져 높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만큼 이왕이면 예비선거에서 한인 후보들의 당선이 판가름되는 게 낫다.
LA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기생충의 수상은 오랜 세월 외국 영화를 낮게 평가해온 미국 영화상에 분수령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세를 확장해 오는 3월3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높은 한인 투표율을 통해 오랜 세월 낮게 평가된 한인사회 위상이 높아지는 분수령이 되기를 바란다.
<
석인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