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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이라는게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2020-02-11 (화)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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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생충’ 낭보 한인들 감격스런 반응

▶ “타인종 축하에 으쓱…마치 노벨상 받은듯”

“한인이라는게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해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기생충’이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 및 스탭진이 모두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밝히며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AP]

지난 9일 할리웃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하자 이를 지켜본 한인들은 감격과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상에 기생충이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들과 제작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 얼싸안는 장면에 많은 한인들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강희열(27)씨는 “시상식을 생중계로 시청했는데 기생충이 호명됐을 때 온 몸에 전율이 돋았다”며 “출근했는데 타인종 동료들이 한국인인 나에게 축하를 해주고 꼭 봐야하는 영화라고 말하는데 애국심이 샘솟았다”라고 당시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건희(27)씨도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이나 영화들이 너무 쟁쟁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 영화 최초로 작품상에 호명되는데 소름이 돋고 믿어지지 않았다”며 “타인종 회사 동료들이 인생영화라며 두 번씩 봤다고 말하는데 한인으로서 너무도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역사적인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끝났지만 ‘기생충’의 역사적인 4관왕 등극, 그리고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과 거장 감독에 대한 존경과 겸손함까지 부각되면서 한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이민 생활을 하는 한인들에게 이번 ‘기생충’의 쾌거는 “마치 노벨상을 받은 것 같다”는 한 한인의 소감처럼 기쁜 소식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언니·오빠 가족과 한 자리에 모여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지켜봤다는 김효원(39·글렌데일)씨는 ‘기생충’이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할 때는 환호성을 질렀고 마지막으로 작품상에 호명되자 마치 시상식장에 있는 것처럼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고 밝혔다.

김씨는 “우리 모두 눈빛으로 서로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럽다고 얘기하고 있었다”며 “한국어로 제작된 오리지널 한국영화가 할리웃 최고의 시상식에서 인정받는 것이 미국에서 코리언 아메리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문화가 인정받고 공유되는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감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비즈니스 업무로 BBQ 식당을 방문했다가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지켜본 이주영씨는 “봉준호 감독이 상을 탔지만 나는 내일처럼 기뻤다”며 “기생충이 92년 전통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자막의 장벽을 깨고 수상했듯 나도 주류의 장벽을 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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