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데미 시상식 축제 분위기…각본상·국제영화상 발표 땐 수상 예측한 듯 당연시 분위기, 감독상 수상에 객석·기자실 술렁
▶ 작품상까지 대미 장식에 ‘환호성’, 세계 영화인들 “굿 서프라이즈”
9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곽신애 제작자와 봉준호 감독 및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AP]
“봉! 봉! 봉! 봉!….”
배우 제인 폰다가 9일 할리웃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상 수상자를 발표했을 때였다. 객석의 모든 사람은 기립 박수를 쳤다.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의 수상 소감이 끝나자, 객석의 할리웃 영화인들은 봉준호 감독의 성을 부르며 함께 즐거워했다.
세계 영화사가 새롭게 쓰이는 순간, 돌비극장 옆 로우스호텔에 마련된 기자실에서도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각본상과 국제장편영화상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해외 기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배우 다이앤 키튼과 키아누 리브스가 각본상 수상자를 발표한 순간 남우조연상 수상자 브래드 피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웃’)가 기자실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때도 200명가량의 해외 기자들은 무대 위 수상자보다 상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온 다른 사람들 답변에 더 귀를 기울였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감독상 수상자로 봉 감독을 발표하자 이런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에 기자들이 술렁였다. 감독상과 작품상은 1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1917’(감독 샘 멘데스)이 유력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상을 받으러 올라간 봉 감독이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은 것으로 (수상은) 끝이라 오늘 할 일은 끝난 것으로 알고 (좌석에서) 쉬고 있었다”는 말에 기자실에서 웃음이 터졌다.
웃음은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기생충’이 작품상 주인공으로 호명됐기 때문이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문도의 영화전문기자 파블로 스카펠리니는 “‘1917’ 수상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기생충’ 수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ㆍ아카데미상 주최 영화인 단체)에 다국적 회원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큰 놀라움(Big Surprise)이지만 좋은 놀라움(Good Surprise)”이라고 했다.
실제 AMPAS는 2016년 백인 남성 위주 시상식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회원의 다양화를 위해 회원 수를 2016년 6,261명보다 2,000명 이상 늘어난 8,469명으로 증원했다. 해외, 여성, 젊은이 회원을 주로 늘렸다.
이로 인해 2015년 8%에 불과했던 유색인 비율은 16%로, 여성 비율은 25%에서 32%로 증가했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이번 결과는 과거 백인 보수층 중심의 투표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도 “양극화 문제는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이후 미국 관객의 최대 관심사이고 AMPAS 회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에 맞춰 아카데미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와중에 그 변화의 모멘텀을 보여 주는 영화가 ‘기생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