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작과 자본대결 적극 후원 30년간 한국영화에 공격적 투자
이미경 CJ 부회장(맨 앞줄 가운데)이 9일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에서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영화에 대해 주저하지 않고 말씀해주신 한국 관객들 덕분에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기생충’이 9일 아카데미 시상식을 발칵 뒤집어놓으면서 세간의 이목은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 못지않게 이번 쾌거의 ‘숨은 주인공’인 CJ그룹과 이미경 부회장에게로 쏠렸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날 작품상 수상 이후 영화 관계자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이례적으로 영어로 수상소감을 밝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봉 감독과 배우들이 시상식 직전까지도 수많은 매체와의 인터뷰 및 관객과의 대화(GV)에서 ‘기생충’을 알리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한 데 더해 CJ ENM(035760)도 이번 캠페인에서 행사, 감독 및 배우 체류, 리셉션, 통역사 비용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하며 뛰었다.
‘기생충’에 대한 CJ의 적극적인 투자는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영화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한국 영화산업을 이끌어온 이 부회장의 철학과 안목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은 1995년 이재현 회장(당시 제일제당 상무)과 미국으로 날아가 영화감독이자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설립한 ‘드림웍스’와의 투자계약을 성사시키며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영화사업을 벌이는 한편 재능 있는 국내 영화인들을 아낌없이 후원해왔다.
경제전문지 포춘 1월호는 “미키 리(이 부회장)는 지난 10여년간 위험하고 혁신적인 영화에 투자하는 위험을 무릅썼다”며 “한국의 예술가들, 특히 배우들을 후원해온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국내 그룹 경영 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지만 해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으며 2017년에는 미국 AMPAS 회원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