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 모습. [AP]
올해 대선에서는 4년 전과 달리 주택 이슈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최악의 주택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현재 주택 정책을 최우선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리얼터닷컴이 지난 14일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에 참석한 후보 6명과 마이클 블룸버그 후보의 주택 공약을 정리했다.
■ 조 바이든, ‘첫 주택 구입자 1만 5,000달러 다운페이먼트 지원’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조 바이든은 주택 관련 정책과 관련, 현재 가장 말을 아끼고 있다.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주택 관련 공약을 곧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바이든 후보의 중점 공약은 그의 부통령 재임 시절 오바마 대통령이 주력했던 생애 첫 주택 구입자 지원 프로그램이다. 바이든 후보는 연방 정부 예산을 활용, 첫 주택 구입자에게 약 1만 5,000달러 상당의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후보는 여러 제약 조건으로 주택 임대와 구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방 주택 개발국’(HUD)을 통해 전과자를 포함, 저소득층 주택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연방 정부 저소득층 임대료 지원 프로그램인 ‘섹션 8’(Section 8)의 혜택을 지금보다 확대하기 위해 관련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마이클 블룸버그, ‘규제 해소 지자체에 예산 전폭 지원’
블룸버그 후보는 주택 문제 해소를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은 지방 자치단체에게 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독특한 공약을 발표했다. 약 1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마련해 저소득층 주택 건설을 막는 규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에게 예산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 후보는 주택 관련 여러 규제가 주거비를 약 50% 이상 올려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수십만 채에 달하는 저소득층 주택을 공급하고 ‘저소득층 주택 세액 공제’(Low-Income Housing Tax Credit)를 확대해 심각한 주택 임대난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노숙자 사태와 관련, 노숙자 및 약물 중독자를 위한 거처와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노숙자 위험에 직면한 가구를 대상으로는 임시 재정 지원과 법률 지원 등으로 노숙자 문제 확산을 막겠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주택 시장 내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약 100억 달러 예산 규모의 ‘주택 공정 위원회’(Housing Fairness Commission)을 설치하고 가족 지위, 군 복무 여부, 주택 자금 출처, 성소수자 관련 신분자를 ‘주택 공정 거래법’(Fair Housing Act)에 의한 보호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피터 부티지지, ‘저소득층에 방치 주택 무상 제공’
부티지지 후보는 노예제 폐지 운동가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이름을 딴 ‘더글러스’ 주택 공약을 들고 나왔다. ‘공공 신탁 기금’(Public Trust)을 조성해 소수계 주민 거주 지역과 공공연하게 대출 차별 지역으로 지정된 ‘레드라인’(Redline) 지역의 방치 주택을 매입해 재개발하겠다는 것이 더글러스 공약의 골자다. 방치 주택에 직전 10년 기간 중 3년 이상 거주한 저소득층에게 해당 주택을 주택 개량비와 함께 무상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더글러스 공약을 통해 4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저소득층 주택을 건설해 최빈곤층 약 200만 명, 저소득층 약 700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약 1,700억 달러 규모의 ‘주거비 지원’(Housing Voucher) 예산을 마련, 전과자를 포함한 저소득층 가구에게 주거비 및 주택 마련 관련 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도 약속했다. 납성분 페인트가 사용된 주택과 아파트 건물에서 납성분 페인트를 모두 제거하는 친환경 주택 공약도 포함하고 있다.
◇ 에이미 클로버샤, ‘크레딧 산출 기준 완화’
주택 소유율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다운페이먼트 지원 프로그램과 주택 구입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실시하겠다는 것이 클로버샤 후보가 밝힌 주택 공약의 주요 내용이다. 주택 대출에 필수적인 크레딧 점수 개선을 위해 휴대전화 사용료, 임대료, 유틸리티 요금 납부 내역을 크레딧 점수 산출에 포함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노년층 주택 보유자의 리버스 모기지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감독을 강화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주택 임대난 해결을 위한 공약으로는 퇴거 위기에 놓인 세입자를 위한 법률 자문 제공, 저소득층 주택 공급을 늘리는 지자체 대상 지원금 확대, 원주민 주거 지역을 중심으로 한 농촌 지역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확대 실시 등을 내세우고 있다. 장애인과 에이즈 감염자들이 환경이 우수한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허용하고 건물주가 주거비 보조 프로그램 혜택 세입자를 차별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 버니 샌더스, ‘토지 신탁 조성해 집값 인하’
가장 포괄적인 주택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버니 샌더스 후보다. 약 500억 달러 규모의 지자체 토지 신탁을 조성해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샌더스 후보의 공약이다. 토지 신탁의 지원을 받은 주택 구입자는 구입 가격보다 비싸게 팔지 못하도록 해 주택 가격 급등을 막겠다는 것이 샌더스 후보의 목표로 약 1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으로 빈곤층 지역에 방치된 주택을 매입해 개량한 뒤 저소득층 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샌더스 후보가 추진 의사를 강력하게 밝힌 공약은 주택 금융 부문과 대형 투자 기관의 횡포를 근절하겠다는 것이다. 불리한 조건으로 피해 위험이 높은 모기지 상품을 철저히 감독하는 한편 모기지 사기 피해자와 ‘깡통 주택’ 소유자에게는 재정 지원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형 투자 기관의 주택 임대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제한하기 위한 법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플리핑으로 인한 주택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주택 구입 뒤 5년 내에 되팔아 수익을 챙기는 투자자들에게 약 25%에 해당하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방치된 주택인 ‘고스트 주택’ 소유주에게 재산세율을 약 2%로 인상, 방치 주택 관리를 유도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톰 스타이어, ‘다가구 주택 소유주 인센티브’
‘코 압’(Co-Op) 형태의 다가구 주택 소유주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무원 대상 다운페이먼트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겠다는 것이 스타이어 후보의 주요 주택 공약이다.
중 저소득층 세입자에게 분기별로 세금 혜택을 제공해 임대 비용을 경감해주고 내 집 마련에 필요한 다운페이먼트 마련을 도울 계획이다. 스타이어 후보 역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리버스 모기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약 47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해 저소득층 주택 비율을 높이고 친환경 주택 조성, 퇴거 위기 세입자 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주택과 관련된 스타이어 후보의 공약이 가장 구체적이다. 2030년까지 전주택의 ‘탄소 제로’(Carbon Free)화를 선언하는 가하면 친환경 주택 개량비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약 1,950억 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해 친환경 주택을 공급하고 녹색 산업 고용직을 창출하겠다는 계획과 약 2,500억 달러 예산을 별도로 마련해 향후 10년간 친환경 커뮤니티 조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 등도 그의 공약에 포함됐다.
■ 엘리자베스 워런, ‘세입자 보호국 신설’
깡통 주택 소유주들의 주택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연방 주택 보증 기관이 월스트리트 투자 기관에 모기지 매각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워렌 후보의 주요 공약이다.
저소득층 주택 건설 규제를 완화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소득층 임대 주택 공급 확대 계획도 갖고 있다. 워렌 후보는 이를 통해 현재의 살인적인 임대료 수준을 약 10%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국’(Tenant Protection Bureau)을 신설해 건물주에 의한 퇴거 횡포를 방지하고 이미 퇴거 조치를 당한 세입자들에는 법률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주거비 보조금을 인상해 세입자의 보다 나은 지역으로의 이주를 돕고 군복무자, 참전 용사, 성 전환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로 노숙자 문제가 심화되지 않도록 다양한 발의안을 마련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매년 약 4%에 해당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보강 공사를 실시하고 납성분 페인트와 곰팡이 오염 제거 등을 골자로 하는 친환경 주택 공약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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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