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구조센터서 본 ‘보이지 않는’ 동물의 죽음
2020-01-29 (수)
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
‘태국 야생동물 친구재단(WFFT)’ 구조센터에서 코끼리가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양효진 제공]
태국 야생동물 친구 재단(Wildlife Friends Foundation Thailand)에서 운영하는 구조센터에 다녀왔다. 네덜란드에서 온 에드윈 비엑(Edwin Wiek)이 2001년에 설립한 단체로, 불법 거래되거나 학대받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곳이다. 태국 야생의 다양성은 엄청나다. 3,000종이 넘는 척추동물이 있다. 그런데 그 중 600여 종이 멸종위기이며 57종은 심각하게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관광, 약재, 애완용으로 쓰고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재단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던 배경에는 구조센터를 지을 부지가 있었고, 이곳의 존재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야생동물 구조활동을 활발히 해 많은 이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가이드와 함께 차를 타고 둘러보았다. 20만 평이나 되는 땅을 지역 절에서 빌려주었다고 들었다. 이 덕에 코끼리, 오랑우탄, 곰 등 많은 동물이 넓고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구조된 긴팔원숭이들이 다시 야생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섬도 8개나 있었다. 섬에는 나무가 많아 원숭이들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들렸다.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이 섬에서 짝을 지어 번식하면 가족을 함께 자연으로 보낸다고 했다. 2005년에는 동물병원을 열었다. 4시까지는 야생동물을 돌보고 그 이후에는 지역민의 반려동물을 공짜로 치료해 준다. 100여 명의 직원 중에는 지역민들이 많다. 또한 매일 20-50명의 봉사자들이 이곳을 돕는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복원하기 위해 일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만난 봉사자들도 한창 코끼리가 가지고 놀 먹이 장난감을 만들고 있었다. 이 재단은 끈질긴 조사를 통해 여러 동물 학대 사실을 알렸는데, 특히 칸차나부리에 위치한 ‘호랑이 사원’의 승려들이 호랑이를 학대하며 돈벌이에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승려들은 호랑이에게 마취제를 투여해 온순하게 만들어 관광에 이용하고, 뒤에서는 때리고 팔아먹고 죽이기까지 했다. 심지어 이곳은 태국 정부로부터 동물원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
2016년, 사원은 폐쇄됐고 40여 마리의 죽은 호랑이가 냉동고에서 발견됐다. 147마리를 구조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질병에 걸려 있었던 상당수가 죽었다. 구조한 호랑이들을 둘만한 곳을 갑자기 만들기도 태국 정부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센터 한편에는 남은 호랑이들을 위한 공간이 지어지고 있었다. 공사가 끝나도 구조되어 살아남은 모든 호랑이를 데리고 올 수는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애초에 사원에 동물원 허가를 주고 제대로 된 감시를 하지 않았던 정부와, 동물을 돈벌이로 이용한 승려들의 욕심 때문에 호랑이들이 고통을 받은 것이다. 센터를 나서며 약자인 동물들의 죽음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 재단은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그들의 죽음을 밝혀냈다.
우리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런 죽음에 일조하고 있을지 모른다. 단체 관광에 코끼리 타는 상품이 포함되어 있거나, 야생동물 쇼를 보거나 함께 사진을 찍고, 야생동물의 몸으로 만든 것을 사거나 먹는 일은 강력히 거부해야 한다. 그리고 애초부터 야생동물이 야생에 살 수 있도록 서식지를 보전하고, 사람의 욕심을 위해 야생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야생동물의 멸종과 고통을 줄이는 방법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인 우리나라 동물원법이 동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동물을 구조할 수는 없다. 법을 강화해 사전에 예방하고, 이와 같은 구조단체가 동물을 보살필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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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양효진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