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경책 수많은 버전 가운데 어떤 번역본 고르면 좋을까

2020-01-21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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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인 역’ ‘킹 제임스’ ‘표준 개정역’ ‘쉬운 성경’…

▶ 원문 충실 직역본과 이해 쉽게 쓴 의역본 구분, 직역본 읽되 의역본 참고하면 참 의미 이해 도움

성경책 수많은 버전 가운데 어떤 번역본 고르면 좋을까

대형 서점 성경책 코너에 진열된 여러 종류의 성경책들.

◇최초 영어 번역본 저자 ‘윌리엄 틴데일’, 킹 제임스 성경 모태

최초 영어 번역본 성경의 저자인 윌리엄 틴데일은 약 400년 전 인물이다. 당시 영국의 교회는 교회 지도자들만 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라틴어로 된 성경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것도 철저히 금지되던 시대였다. 그러나 일반 교인들도 성경을 읽고 싶은 소망이 있다는 것을 안 틴데일은 성경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교회들은 틴데일의 계획을 물론 반대했다. 틴데일은 결국 히브리어를 독학해 약 11년간 불철주야 성경 번역 작업에 돌입했다. 틴데일이 성경 번역 작업을 하는 기간 동안 교회들은 현상금을 걸어 그를 수배하는 등 극심한 박해를 가했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은 틴데일은 1525년 드디어 역사상 최초의 영어 번역본 신약 성경을 완성했고 인쇄본이 널리 배포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구약 성경 번역 완성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536년 체포된 틴데일은 교수대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다. 교수대에서 틴데일은 “주님, 영국 왕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라며 기도한 뒤 생을 마감했다. 하나님이 그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는지 3년 뒤인 1539년 국왕 헨리 8세는 영어 성경 출판과 배포를 허락했고 1611년 최초의 킹 제임스 번역본이 탄생하게 됐다. 킹 제임스 번역본은 오늘날에도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이다.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번역본 ‘70인 역’, ‘불가타’

성경은 원래 히브리어, 아람어, 그리스어 등 3개 언어로 작성됐다. 틴데일의 영어 번역본이 나오기 오래전 유대인 학자 72명이 히브리어 구약 성경을 당시 많이 사용되는 그리스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기원전 약 100년 경 탄생한 성경이 이른바 ‘70인 역 성서’(Septuagint)다. 그리스어 구약 성서인 70인 역 성서는 예수님 시대에도 널리 인용됐다. 오늘날 출판되는 성서도 대부분 70인 역 성서의 차례를 따르고 있다.

이후 4세기 경 카톨릭계 학자 예로니모에 의해서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 ‘불가타’(Vulgate)가 탄생했다. 불가타는 라틴어가 소멸된 뒤에도 많이 사용됐고 이후 영어 성경 번역 작업에 가장 많이 참고된 성경 번역본이 됐다. 영어 성경 번역 작업은 약 3세기 경 영국에 기독교가 전파됨과 동시에 시작됐다.

영국의 초기 기독교인들이 약 9세기 경 고대 영어로 번역된 구약 성경과 복음을 내놓았지만 완전한 번역본은 아니었다. 이후 14기까지 활발한 성경 번역 작업이 이어졌지만 존 위클리프 이전까지 완전한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다. 옥스포드대 학자인 위클리프와 그의 제자들은 최초로 전체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번역본을 내놓았고 이후 틴데일에 의해 더욱 완벽해진 영어 성경이 탄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세기 성경 번역 ‘르네상스’, 새 원문 발견과 영어 변화가 계기

킹 제임스 성경은 약 300년간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많이 읽힌 성경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가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성경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그 결과물로 1885년 영국에서 ‘개역 성경’(Revised Version), 1901년 미국에서 ‘미국 표준역 성서’(American Standard Version)가 출판됐다. 이후에도 성경 번역본 작업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그동안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성경 원문들이 발견되면서다.


킹 제임스 번역가들이 참고했던 원문보다 무려 약 600년이나 오래된 신약 성경 원문이 발견됐고 900년 전 신약 성경 원문 중 일부도 발견됐다. 1947년 사해 인근 한 동굴에서는 기존 원문보다 약 1,000년 전인 기원전 약 100년~기원후 70년 사이에 적힌 구약 성경 원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시대에 따라 영어 사용에 변화가 발생한 것도 여러 번역본이 나오게 된 이유다. 1989년 발간된 ‘개역 영어 성서’(Revised English Bible)의 전신인 ‘신영역 성서’(New English Bible)가 1970년 소개됐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많이 읽는 ‘신개정 표준역 성경’(New Revised Standard Version)은 1990년 발간됐는데 이 번역본의 모태가 되는 ‘표준 개정역’(Revised Standard Version)은 1952년에 완성됐다.

◇직역 성경 읽되 의역본 참고

그럼 어떤 성경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여러 성경 번역본이 있듯이 성경을 고르기 위한 접근법도 다양하다. ‘문자적 접근법’(Literal Approach)은 원문 성경의 언어를 영어로 직역한 성경을 고르는 방법이다.

그리스어, 아람어, 히브리어 성경을 영어로 가장 근접하게 직역한 성경으로는 ‘신 미국 표준역 성서’(New American Standard Bible), 킹 제임스 성경, ‘영어 표준역’(English Standard Version) 등이 있다. 이들 직역본에 번역된 일부 고대 표현들은 현대적인 표현으로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어 성경을 읽을 때 주석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자유 접근법’(Free Approach)은 문자적 접근법과 반대되는 접근법이다. 문자적 접근법이 직역본을 고르기 위한 방법이라면 자유 접근법은 현대적 언어와 표현으로 이해가 쉽게 자유 의역된 번역본을 고를 때 적합하다. 이른바 ‘쉬운 성경’(The Message), ‘살아 있는 성경’(the Living Bible), ‘필립스 성경’(the Philips Translation)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이 읽는 성경 중 하나인 ‘새 국제 성경’(New International Version)은 ‘역동적 상응성’(Dynamic Equivalence) 접근법에 해당하는 성경이다.

역동적 상응성이 적용된 성경은 기존 성경 원문에 충실해 최대한 직역 위주로 번역됐으나 필요시 일부 표현을 자유 접근법에 기반한 의역으로 번역한 성경이다.

성경 학자들은 성경을 읽을 때 세 가지 접근법을 모두 적용하면 보다 깊은 이해가 가능하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신 미국 표준역 성서와 영어 표준역 성서를 읽으면서 새 국제 성경과 쉬운 성경 등을 참고하면 성경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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