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구온난화 늦추기에 동참하자

2020-01-18 (토)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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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춥지 않은 겨울, 빈번한 태풍과 국지성 호우, 아시아 대륙의 사막화, 북극 빙하의 감소로 우리 앞에 현실화되었다. 시베리아의 동토에 얼음 상태로 매장되어 있던 메탄개스가 온도 상승으로 기화되어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공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최근 플래스틱 쓰레기의 처리 문제가 모든 나라의 국가적, 사회적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 플래스틱은 무게가 가볍고 부식이 되지 않으며 내구성이 좋고 일회용으로 사용하기에 편리하고 여러가지 형태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료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합성수지라고도 불리는 플래스틱은 원유나 천연가스를 가공, 분해하여 만들어진 에틸렌이라는 원료에서 파생된 수많은 화합물을 촉매 반응으로 합성하여 제조하는데 그 제조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요되고 온실가스가 방출된다.

플래스틱은 건강, 스포츠, 오락, 자동차, 기차, 항공기, 의류, 신발, 안경 렌즈, 의료기기, 생활용품, 카펫, 타이어, 건축자재, 컴퓨터, 전자제품 등 우리의 모든 생활에 사용된다.
최근 미국학술원에서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3억5,000만톤의 플래스틱이 생산되고 있는데 인류의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그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단위로 생산되는 고분자 물질이 쓰레기로 나오게 되면 땅에 묻거나 고온에서 연소시키거나 다시 녹여 가공하여 재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컴퓨터나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내열성이 좋은 열경화성 수지(Thermoset resins)는 온도를 높여도 녹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이 불가능하여 그 처리 방법이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우리들은 눈에 보이는 PET병이나 비닐백, 필름, 음식 용기 등을 분리하여 분리수거통에 넣고 이것이 재활용되면 플래스틱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플래스틱은 전체의 15%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플래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미국 정부에서는 플래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Upcycling)을 통하여 원료, 화합물, 또는 오일과 같은 연료로 만들어 온실가스를 발생을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인 폐기 플래스틱 재처리 기술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화학, 고분자 기술로는 이미 만들어진 플래스틱을 분해하여 원래의 물질이나 작은 분자 크기의 물질로 전환시키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플래스틱 쓰레기에는 온갖 다른 종류의 플래스틱이 잡다하게 섞여 있어 이것을 종류별로 분리하고 물리, 화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일이 매우 어렵다.

이제 지구의 온난화는 정부나 산업체에 있는 그 누군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안이하게 지내는 동안 기후변화는 가속화되어 생태계 교란과 인간 및 동식물의 생존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오게 되어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이 고통 받는 시대가 오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제 모든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과학기술 연구가 개발될 때까지 각자의 생활에서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각 개인의 차원에서 몇가지 실천 가능한 것은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플래스틱 물질을 덜 사용한다면 그만큼 생산과 재처리에 필요한 에너지도 덜 필요하게 되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든다. 경제적으로 잘 살게 되다보니 우리는 필요이상으로 많은 옷이나 신발, 생활용품을 사들이고 얼마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일이 흔하다.

우리가 입는 옷은 대부분 그 원료가 합성섬유, 즉 플래스틱이다. 그러니 옷도 좀더 오래 입고, 나누어 입고, 바꾸어 입고, 거의 100% 플래스틱 물질로 만들어진 신발도 좀더 오래 신고, 생활용품도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여 끝까지 사용한 후 분리하여 버리면 그만큼 플래스틱 쓰레기의 양을 줄일 수 있다. 아이들 장난감도 서로 물림하여 사용하고 전자제품도 싸다고 자주 바꿀 것이 아니라 좀더 오래 사용하면 그만큼 물질의 절약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구 환경보호와 함께 돈도 절약되니 일석이조인 일이다. 이밖에도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플래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길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세계인 모두가 이러한 노력에 동참하게 된다면 지구의 온난화, 기후변화를 되돌이킬 수는 없더라도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학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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