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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핑에 아이들 얼마나 더 잃을 건가

2020-0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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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야후뉴스로 보도된 10대 여대생의 사연(본보 14일자)은 충격적이다. 이름이 클레어 정(19)으로 한인으로 추정되는 이 학생은 산소튜브를 꼽고 링거를 맞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손상된 폐 CT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한창 싱그러운 나이, 파티로 들떠있어야 할 연말에 소녀는 병상에 누워 경고를 했다 : “지금 당장 전자담배 흡연을 중단하라”. 베이핑 폐해와 관련, 이보다 더 설득력 있는 경고는 없다.

전자담배 혹은 베이핑 관련 폐손상(EVALI) 환자가 줄어들지를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관련 케이스가 폭발적으로 보고되며 9월 절정에 이른 후 다소 주춤해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하루가 다르게 미 전국에서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주 연방질병통제센터 발표에 따르면 1월7일 기준, EVALI 케이스는 총 2,602건, 이중 5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반 담배와 달리 전자담배 피해 환자들은 대부분 청소년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18세~34세 젊은 층이 전체 환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어린 청소년들이 다수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8세 미만은 전자담배 흡연이 불법이지만 규제가 되지 않고 있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중고교생 전자담배 사용은 지난 2018년 360만명에서 2019년 540만명으로 늘었다. 어린 학생들의 흡연을 부추기는 것은 가향 담배이다. 호기심 많고 반항심 많은 사춘기에 음주나 흡연 시도는 흔한 일이지만 가향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 특유의 냄새가 없어 더욱 인기이다. 그 결과 최근에는 불과 15살짜리 어린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연방당국은 지난 연말 이 학생의 사망을 베이핑 관련 최연소 희생으로 발표했다. 평소 만성질환이 있기는 했지만 베이핑 불과 한달만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여간 충격적이지 않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즉각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 연방식품의약국은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면서 박하향은 예외로 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망스런 일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이 박하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부모들은 전자담배가 얼마나 쉽게 아이들 손에 들어가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우리 아이는 절대~’ 같은 건 금물이다. 자녀와 대화를 나누며 그 위험성을 인지시켜야 한다. 베이핑에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빼앗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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