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부터 집을 보러다니는 바이어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AP]
극심한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수년째 해소되지 않으면서 주택 시장에서 ‘1월이 곧 4월’이라는 새 공식이 생겨났다. 주택 시장은 전통적으로 11월부터 새해를 넘겨 길게는 3월까지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다. 이 기간 중에는 집을 보러 다니는 바이어도 적도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봄철로 접어드는 4월부터 바이어와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주택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그러나 극심한 매물난에 4월까지 기다렸다가는 집을 사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로 바이어들이 새해에도 아랑곳없이 매물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CNBC가 보도했다. 일부 바이어들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동안에도 인터넷 등을 통해 매물을 검색한 뒤 해가 바뀌자마자 집을 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처럼 1월이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 된 것은 불과 지난 해부터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2015년과 2018년 사이 매물 1채당 바이어들의 평균 방문 횟수가 가장 많은 달은 4월이 독차지했다. 같은 기간 1월 매물 방문 횟수는 4월보다 약 16% 적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전세가 역전돼 LA, 뉴욕, 시카고, 달라스, 휴스턴,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덴버, 샌호제 등 20대 주요 도시에서는 1월이 1년 중 매물 방문 횟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의 경우 1월이 가장 바빴던 도시는 3곳에 불과했다. 올해도 매물 공급 사정이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이미 많은 바이어들이 매물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조지 라티우 리얼터닷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부족, 가격 급등으로 구입 경쟁이 치열해지자 매물 쇼핑 시기를 앞당기는 바이어가 부쩍 늘었다”라며 “매물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트렌드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택 시장에 나온 전체 매물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5% 감소했다. 수요가 가장 많은 20만 달러 미만대의 ‘엔트리 레벨’ 매물 시장에서는 매물이 2018년과 비교해 무려 약 16.5%나 빠져 바이어들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 1월은 바쁜 달이 아니었다. 1월을 아예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장기 휴가를 떠나는 에이전트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가했던 과거 1월의 주택 시장을 상상했다가는 1년치 사업 기회를 몽땅 잃을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다.
애틀랜타 지역의 멜리사 푸엔테스 부동산 에이전트는 연초부터 집을 보여달라는 바이어들로부터 약 30통이 넘는 전화를 받았다. 푸엔테스 에이전트는 “마치 달리기 경주를 하듯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라며 “봄철까지 기다리면 못 산다는 불안감에 매물 쇼핑을 일찌감치 서두르는 바이어가 대부분”이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바이어들이 마음만 조급해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이 더 심해지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바이어들은 연말에 이미 모기지 사전 승인서까지 발급받아 놓고 주택 구입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기록적으로 낮은 이자율이 더 오르기 전에 집을 구입하려는 수요까지 가세해 연초부터 주택 구입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매물이다.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해 연초부터 매물 쇼핑에 지친 바이어와 에이전트만 늘고 있다. 푸엔테스 에이전트는 “고객 한 명 당 아마 10~15채의 매물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라며 “대부분 고객이 찾은 가격대를 벗어나 고객이 원하는 매물을 찾지 못할까 고민”이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