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들, 연합감리교단 떠나나
2020-01-15 (수)
유제원 기자
▶ 동성애 수용문제로 교단 분리 움직임 예의주시
▶ 워싱턴 지역 16개 한인교회 신중한 입장
연합감리교회(UMC) 중재팀이 워싱턴에 모여 지난 3일 교단 분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동성애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연합감리교회(UMC)가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린 중재팀 회의를 통해 합의문(결별을 통한 화해와 은혜의 의정서)을 발표하고 사실상 교단 분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여년간 총회가 열릴 때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지만 결국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오는 5월 열리는 총회에서 교단 분리를 다루게 될 예정이다.
UMC 소속 김영봉 목사(와싱톤사귐의 교회·왼쪽 사진)는 “이번 합의문은 진보, 중도, 보수 각 그룹 대표들이 만들어낸 합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목사안수에 대한 의견 차이는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문제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신학적인 차이에 따라 교단을 나누는 것이 차선의 대안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이번 합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합의문은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 동성애를 인정할 수 없는 목회자, 교회 그리고 교인들은 UMC를 떠나 또 하나의 교단을 형성하게 된다. 즉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갈라서기로 합의한 것이다.
오는 5월 열리는 총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되면 앞으로 UMC는 기존의 감리교회와 보수적인 감리교회로 나뉘게 된다. 한편 UMC는 동성결혼과 동성애자 안수를 금지하고 있는데 현재 법에 동의하지 않는 진보측이 그대로 남고 오히려 보수측이 교단을 떠나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보수측에서 새 교단을 만들겠다고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UMC는 동성애에 관한 모든 제한 구절을 삭제하고 결혼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 아니라 ‘두 사람의 결합’으로 재정의하게 될 예정이다.
이승우 목사(워싱턴감리교회·오른쪽 사진)는 “교단 분리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단분리가 거론되는 배경에 대해 이 목사는 “지난해 열린 임시총회에서 ‘동성애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으나 진보 성향의 감독회의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다투더라도 분리보다는 공존을 바라는 만큼 오는 5월 총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이번 합의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수십 개의 총회 안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진보와 보수로 양분될 수 없는 중도세력이 70%가 넘는 만큼 총회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UMC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신도수가 많은 개신교단으로 소속 한인교회는 전국적으로 270여개, 워싱턴 지역에는 버지니아에 10개, 메릴랜드와 DC에 6개 교회가 있다. UMC 내에 있는 한인연합감리교회 총회 임원진들은 교단이 나누어질 경우 보수측에 들어가겠다는 결의를 하기도 했지만 이는 강제력이 없으며 각 한인교회는 스스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 김영봉 목사는 “한인교회는 신학적으로 보수적이긴 하지만 한인교회가 모두 보수측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한인교회들만의 연회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승우 목사는 “수십년간 이어져 온 동성애 논쟁에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지겨워하지만 분리가 아니더라도 사안별도 협조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의 방안들도 제시되고 있다”며 “섣불리 분리를 말하기에 앞서 보다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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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