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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여섯 키운 비결…하브루타 실천에 있죠”

2019-12-17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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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한나 사모, 양육서 발간

▶ 유대인들 토론식 교육, 식탁 위 감사 나눔 등 일상생활 접목 풀어써

“자녀 여섯 키운 비결…하브루타 실천에 있죠”

정한나 사모 가족들이 ‘웃음 하브루타’를 실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남편 정우성 목사, 막내 조슈아, 정 사모, 셋째 앤, 다섯째 예일.

남가주 광염교회(담임목사 정우성) 의 정한나 사모가 여섯 남매 양육 이야기를 담은 책 ‘여섯도 안 많아요!’를 발간했다. 책은 정 사모가 여섯 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겪은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유대인의 하브루타 가르침의 관점에서 다룬 내용을 담고 있다.

정 사모가 처음부터 하브루타를 주제로 한 책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89년부터 10여 년간 여섯 명의 자녀를 줄줄이 낳고, 키우면서 나름대로 실천한 자녀 양육 방식이 하브루타 교육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동안 써 왔던 글을 정리해 지난 10월 책으로 발간했다.

정 사모가 처음 자녀 양육과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약 16년 전. 막내가 세 살이던 2003년 주변에서 여섯 명을 어떻게 키우냐며 보내온 부담스러운 시선을 바로잡고 싶어서 서울 광염교회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다. 매일 조금씩 글을 올린 것이 어느덧 약 800페이지 분량을 넘겼고 이 중 하브루타 교육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책으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정 사모는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일상생활처럼 행해 온 질문을 통한 토론 교육이라고 설명한다. 정 사모는 “‘하브루’는 친구 또는 우정, ‘타’는 질문을 뜻한다”라며 “질문에 대한 답은 없어도 질문과 답변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라며 하브루타 교육에 대해 설명했다. 유대인이 그랬듯 정 사모도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여섯 명의 자녀 교육에 반영했다.

하브루타 교육의 핵심인 질문과 대화를 위해 정 사모가 가장 자주 활용한 것이 바로 ‘식탁’이다. ‘목구멍이 열려야 마음도 열린다’라는 생각에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자녀들을 식탁 자리로 모이도록 했다. 식탁에서 가장 자주 나눈 대화의 주제는 ‘감사’다. 매년 생일을 맞은 자녀는 나이만큼의 감사한 일들을 가족들과 나누도록 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남보다 더 가진 것, 학교에서 상 받은 일 등 ‘특별한’ 일만 찾다 보니 감사거리가 금세 동이 났다. 정 사모는 자녀들과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을 나누며 ‘별것도 아닌 것에 감사하자’라며 감사 교육을 다시 시작했다. 이때부터 자녀들의 감사에 대한 태도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막내 조슈아는 농구를 할 수 있도록 신체가 건강한 것부터 해서 7살이 되던 해 무려 138가지나 되는 감사거리를 찾아냈다.

정 사모가 하브루타란 말이 익숙해지기도 전부터 자녀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하브루타 교육을 실천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는 인천 지역 목사로 정 사모 역시 5남매의 장녀로 성장했다. 정 사모가 사춘기 시절을 큰 탈 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이른바 ‘짜장면 하브루타’ 덕분이었다. 어린 동생들에게 치어 지내던 어느 날 아버지가 정 사모에게 윙크를 하며 밖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중국 식당으로 데리고 가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준 것이다.

‘목구멍’이 열린 정 사모는 아버지에게 사춘기 고민에 대해 술술 풀어 놓았고 이후부터 아버지와 자연스러운 대화에 전혀 거리낌이 없게 됐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동생들도 모두 아버지의 ‘짜장면 하브루타’ 교육을 받고 자랐다. 평생 큰 소리를 내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아버지는 지금도 5남매를 침실로 불러 2~3시간씩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정 사모는 막내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성인이 됐지만 여전히 자녀들과 질문을 통한 하브루타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오늘 무엇을 배웠니’라는 질문 대신 ‘오늘 교수님에게 무엇을 질문했니’라는 질문으로 질문을 생활화하는 훈련에 나서고 있다. 정 사모는 “나도 부모님에게서 본 것을 우리 자녀들에게 그대로 했다”라며 “자녀 양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모는 이어 “하브루타는 짝을 지어 자기의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학습법”이라며 “반대 의견을 수용하고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 함으써 직관력과 통찰력을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교육법”이라고 덧붙였다. 정 사모는 내년 남가주 지역에서 하브루타 교육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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