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박동 갑자기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불규칙···대표 증상
▶ 돌연사 90%, 뇌졸중 30% 유발 심전도 검사로 진단 가능
약물치료 효과 없을 땐 전극도자절제술 등 시행
“심장이 특별한 이유 없이 ‘두근두근’거리거나, ‘쿵쾅쿵쾅’하는 느낌이 와요. 심장이 불규칙하게 ‘탕탕’치는 듯한 느낌이 생겨요. 가슴 속에서 심장이 한 번이나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한 증상이 나타나요.”
1분당 60~100회 뛰는 심장의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빈맥), 늦어지거나(서맥), 불규칙해지는 부정맥(不整脈·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부정맥은 돌연사(90%)의 주범이자 뇌졸중(30%)도 적잖게 유발한다. 특히 심장이 무질서하게 아주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이 생길 때 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심부전이 생길 위험이 높다.
◇92.8%가 심방세동 무슨 병인지 몰라
부정맥은 ‘돌연사 주범’일 정도로 아주 위중한 병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여전히 낯설다. 대한부정맥학회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92.8%의 응답자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또 부정맥의 대표증상인 두근거림을 느껴도 대다수가 병원을 찾지 않아 질환 인지도는 물론 경각심도 매우 낮다. 이에 따라 대한부정맥학회는 부정맥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해 11월 11일을 ‘하트 리듬의 날’로 정하고 부정맥 자가 진단법 홍보와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 심장 박동은 ‘심방수축→심실수축’ 순서로 반복되며, 분당 60~100회 뛰는 것이 정상이다. 운동할 때나 흥분하면 심장이 더 많이 박동하고, 안정하거나 잠자면 내려간다.
그런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질환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①‘조기 심장 박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쿵’하거나 심장이 건너 뛰는 느낌을 준다. 성인의 80% 이상이 이를 겪는다. 황교승 대한부정맥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조기 심장 박동은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지만 증상이 생기면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②심장이 ‘쿵’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발작성 빈맥(頻脈)’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러움이나 흉통,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③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은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고령 인구 증가로 급격히 늘면서 전 인구의 2% 정도(100만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율은 매우 낮다.
④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은 어지럼증이나 피곤함, 실신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서맥도 증상이 심각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⑤‘심실성 빈맥’은 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해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5분 이내 즉각적인 심폐소생술(CPR)이 필요하다. 오용석 대한부정맥학회 이사장(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이처럼 부정맥은 한가지 질환이 아니라 심장의 정상적인 리듬이 깨지는 다양한 유형을 통칭한 병명”이라고 했다.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통해 알아낸다. 하지만 부정맥은 갑자기 생기고 사라질 때가 많아 10초 정도 진행되는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다. 이 때 환자 몸에 심전도기를 부착해 24시간 내내 측정해 부정맥 여부를 확인하는 ‘홀터 심전도 검사’가 활용된다. 하지만 오 이사장은 “심방세동 등 주요 부정맥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아 특히 심장병 가족력이 있거나, 65세가 넘으면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심전도 검사를 국가건강검진에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과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약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경우 심방세동을 제거하고 심장리듬을 정상화하는 것과 심방세동은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것 등이 있다.
노태호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을 포함한 빈맥과 불규칙한 부정맥 등은 약물로 우선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 중재적 시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전극도자절제술은 부정맥을 일으키는 심장 부위에 전극도자를 놓고 70~100도의 열을 가해 태우는 시술이다. 최근 시간과 방사선 조사량을 줄인 ‘냉동풍선절제술’이 나와 시술 성공률이 높아졌다. 냉동풍선절제술은 심방에 작은 풍선을 밀어 넣은 뒤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이상 부위를 찾아 영하 75도로 얼려 한 번에 없애는 시술이다.
빈맥 가운데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심장충격기’를 가슴에 넣는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생기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맥박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인공적으로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가족이나 이웃 위해 심폐소생술 익혀야
부정맥은 65세를 넘기면 기하급수적으로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고령인이라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심전도 검사 등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일찍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정맥이 있으면 술·담배·카페인을 끊고,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병을 적극 치료하고,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질환 선행 증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에 부담이 적은 적당한 운동, 즉 호흡이 가쁜 심한 운동보다는 걷기 등 편안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돌연사를 유발하는 심방세동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황교승 대한부정맥학회 홍보이사는 “부정맥은 심장이 멎어 급사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며 “부정맥 예방을 철저히 해도 100% 막을 수 없기에 가족이나 이웃을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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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