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2019-12-04 (수) 김희연/교사
작게 크게
긴장이 엿보이는 살짝 굳어진 얼굴. 어색하지만 강한 악수. 서로를 마주보며 자리에 앉아 이름과 담당 과목을 소개하고 나면, 짧은 학부모 상담이 시작된다. 학생으로서 부모님과 함께 참석하던 상담 자리에 선생님으로서 참여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감회가 새롭다.

상담을 위해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오거나 형제들과 오순도순 교실로 들어오는 학생들이 보기 좋다. 반에서 보이는 모습과 똑같이 짓궂은 웃음을 띠고 있는 학생도 있고,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바른 자세에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학생도 있다. 선생님이 부모님께 무슨 소리를 할지 입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똑 부러지고 좋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을 칭찬할 때 밝은 표정으로 아이를 격려하고 고마워하는 부모님을 보면 마음이 참 좋다. 아, 저 학생은 오늘 칭찬도 잔뜩 받고 맛있는 저녁도 먹겠구나, 하며 흐뭇해진다. 반면에, 간절히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등의 행동을 하는 학생의 경우, 말을 들으며 실망이 스치는 부모님의 눈이나 내려가는 입꼬리를 보며 마음이 정말 좋지 않다.


상담 일정을 조율해 놓고 나타나지 않는 가족도 있다. 전화를 걸어도 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학교에선 학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최대한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 가족을 선택하는데, 그마저 외면하니 정말 안타깝다.

상담을 하면서 어떤 아이들에게도 따뜻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외로움이 없는, 행복이 있는 반을 이끌 수 있는 날까지.

<김희연/교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