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풍스런 바로크 역사·흔적 고스란히…

2019-11-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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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로아티아 리예카

강(river) 이라는 의미를 가진 리예카는 인구 13만명의 도시로 아드리아해의 크바르네르 만을 끼고 있으며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중요한 항구다.

리예카는 전쟁의 피해를 겪은 곳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항구와 철도망이 갖춰졌지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점령하던 때 연합군의 공습으로 시설의 대부분이 파괴됐으며 독일군이 항구시설을 폭파시킨 여파로 1945년 유고슬라비아가 도시를 탈환한 후에도 시설을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리예카에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13세기의 성, 14세기에 지어진 교회와 대학교들이 여전히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진 채 솟아 있다.


유럽연합(EU)이 매년 지정하는 유럽문화수도(The European Capital Culture·선정 후 1년간 도시의 문화 전반에 대해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의 2020년 수도로 지정되기도 한 리예카의 매력을 알아보자.

■성모승천성당 등 고풍스런 건물들이 즐비한 시가지

성모승천성당(The Church of St. Mary’s Assumption)은 리예카 사람들에게 신성시 되는 곳이다. 대성당(The Big Church)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화려한 바로크양식의 탑이 성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데 탑 아래의 지하수로 인해 약 15인치 정도 기울어져 있다. 성당 옆 좁은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맷돌모양의 분수대가 있는 작은 광장을 만날 수 있다.

로마 황제인 클라우디우스 고티우스 황제 때 승전을 기념한 개선문으로 여겨지기도 했던 올드 게이트(Old Gate)는 광장 인근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에 돌덩이를 붙여놓은 듯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 현지 주민들에게 물어보지 않고서는 찾기 힘든 흔적으로 남아있다.

올드 게이트 맞은편에는 1876년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노란색 시계탑이 있다. 시계탑은 로마 시대에 로마의 지역구인 타르사티차(Tarsatica)로 들어가는 출입문으로 사용된 곳이다. 시계탑은 1750년 대지진으로 무너졌으나 오스트리아 제국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이 복원시켰다.

시계탑 양 옆으로 펼쳐진 코르조(Korzo) 거리는 리예카의 가장 큰 번화가로 18세기 후반 건설된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21세기의 상점, 카페, 식당들이 섞여있는 아기자기하면서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넓고 길게 펼쳐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산책코스로도 방문하는 곳이다.

리예카 터널(Rijeka Tunnel)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방공호로 지어진 터널로 성 비토 대성당(The St. Vitus Cathedral)에서부터 도시 서쪽 돌라츠(Dolac)까지 길게 이어져있다.
터널은 전쟁 후 오랫동안 폐쇄되었다가 2017년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크로아티아에서 이 같은 터널은 자그레브와 풀라에도 만들어져 있다. 입장료는 무료.


■박물관, 극장 등 문화예술 관광명소 즐비

대성당 북쪽으로는 원래 있던 성을 허물고 20세기 초에 건설된 법원이 있고 법원 건너편의 경사진 언덕 위로 긴 돌벽을 따라 올라가면 리예카시 박물관과 크로아티아 해양 역사 박물관(The Maritime and History Museum of the Croatian Littoral)이 나온다. 해양 역사 박물관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던 밤에 뉴욕에서 리예카로 항해하던 카르파티아호의 선원들이 승객들의 구조를 도울 당시 선원 중 한명이 기념으로 챙긴 구명조끼가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입장료는 20쿠나(3달러). 피크 앤 포크 컴퓨터 박물관(The Peek & Poke Computer Museum)은 보존이 잘 된 7,000여대의 컴퓨터 등 가전기기가 전시되어 있으며 컴퓨터의 역사를 한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입장료 30쿠나(4.5달러).

1885년에 지어진 모델로 궁전(Modello Palace)은 르네상스 양식과 후기 바로크 양식이 혼합된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 궁전 바로 옆에는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는 이반 자이치 크로아티아 국립극장(The Croatian National Theatre Ivan Zajc)이 있다. 원래 지금 극장의 길 건너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1885년 외부는 르네상스 양식, 내부는 바로크 양식의 극장으로 새롭게 지어졌다. 3개의 내부 천장 그림과 양쪽의 사이드 스테이지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가 21살이던 때 제작에 참여했다. 극장은 리예카에서 처음으로 전기시설을 갖춘 건물로 입구에는 크로아티아 클래식 음악에 큰 공헌을 한 작곡가 이반 자이치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극장은 개관식 당시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가 초연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극장에서는 크로아티아 국립무용단이 활동하고 있다. 40여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무용단은 간소하면서 현대적인 무대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비제와 푸치니의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활기 넘치는 시티마켓

국립극장 맞은편에는 녹색의 두 건물이 마주보고 있는 도시의 대표적인 시장인 시티 마켓이 있다. 건물 외벽은 베네치아 출신 유명 조각가인 우르바노 보타소(Urbano Bottasso)가 장식했다. 1880년 문을 연 시장은 20세기 초에 들어서 어시장이 들어섰으며 새벽에 방문하면 도시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시장 주변으로는 식재료와 간단한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장소는 트르사트성(Trsat Castle)이다. 리예치나(Rjecina River)강 끝과 성이 이어져 있는 561개 계단을 한걸음씩 올라가다보면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요새에 다다르게 된다. 문화재로도 등록되어 있는 성 내에는 카페가 있어서 잠시 휴식도 취할 수 있다. 요새 내 가장 높은 곳인 전망대는 사진 촬영 장소로도 손색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출입 계단 폭이 협소해 주의해야 한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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