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한상 차림’·‘격조 높은 캐더링’ 강좌 운영
▶ “행복을 나누는 요리 교실로 이끌고 싶어”
지난 주 버지니아 쿠킹 클래스에서 에스더 권(왼쪽 네 번째) 쉐프와 수강생들이 배운 요리를 보여주고 있다.
음식은 그리움이다. 우리가 풍요로운 미국에 살면서도 한국에 살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잊지 못하는 것은 곧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이기 때문이리라. 음식은 유전자에 각인된 DNA와 같아서 습관 중에서도 제일 바꾸기 어려운 것이 입맛이다. 때로는 음식을 통해 그리움을 달래고 추억을 소환하며 힐링을 받는다.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며 17년째 한식을 가르치는 권스 쿠킹 클래스(Kweon’s Cooking Class)를 운영 중인 에스더 권 쉐프. 그는 수강생들에게 친정엄마 또는 큰 언니 같은 존재로 고달픈 이민생활에서의 헛헛한 마음을 따뜻한 한식으로 채워주는 힐러(healer)이다. 또 파티도 많고, 음식을 만들어가는 팟럭(Potluck) 모임도 많은 미국식 음식 문화에 맞게 그는 한식을 기본으로 양식, 일식, 중식은 물론 퓨전요리와 떡, 베이커리와 디저트까지 두루 가르치는 ‘센터빌 권 선생’이기도 하다.
버니지아 수강생들이 이달에 배운 요리들.
“음식은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해 주는 것은 물론 서로를 하나로 묶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서로 행복을 나누는 요리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에스더 권 쉐프는 2002년 워싱턴 지역으로 이민와 2003년부터 요리 클래스를 시작했다. 여느 엄마와 마찬가지로 두 아들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택한 이민이었다,
아들들을 뒷바라지 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리였어요. 워낙에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도, 남편을 따라나선 영국 유학 시절에도 틈틈이 쿠킹 클래스를 찾아다니곤 했거든요. 요리는 제게 ‘힐링’ 자체였어요. 외국 생활을 하다 보면 한식에 대한 향수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분들 마음을 헤아려주는 요리 선생이 되기로 마음먹었죠.”
그의 쿠킹 클래스는 ‘건강한 한상 차림’과 ‘격조 높은 캐더링’으로 나뉜다.
‘건강한 한상 차림’ 클래스에서는 인공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와 천연소스로 만드는 계절별 요리를 가르친다. 특히 단 한번만 강좌에 참석해도 서로 잘 어우러지는 3-4개의 코스 요리를 한꺼번에 배워 가족을 위한 저녁상에 올릴 수 있다.
‘격조 높은 캐더링 클래스’에서는 생일 파티와 할러데이 파티 등 각종 이벤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요리들을 쉽고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요리법을 전수한다. 파티나 모임이 잦은 수강생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수강생 중에는 2~3년씩 참가하는 수강생도 많다.
쿠킹 클래스는 매주 화, 목, 금요일에는 버지니아 센터빌에서, 수요일은 메릴랜드에서 진행된다.
강좌는 보통 6~10명씩 오붓한 모임으로 진행된다.
그는 이 시간을 살림 공부하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클래스는 매번 메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서너 가지 코스 요리로 구성해요. 그날 요리만 제대로 배워도 어느 자리에서건 할 수 있게요. 그 기운으로 집에 가서도 가족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면 이만큼 보람찬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이어 “클래스가 있는 날은 친구를 초대하는 기분이에요. 함께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나누는 그 시간이 제겐 일상의 큰 즐거움이에요.”
‘감사한 마음’으로 매사에 열심인 그 열정 때문인지 그의 클래스는 출석률이 유독 높다. 그저 레시피를 익히는 요리 수업이 아니라 힐링의 시간, 소통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시연한 음식은 수업 후에 함께 모여 나눠 먹기 때문에 요리를 다시 한 번 만들어 직접 사진 촬영까지 해야 하지만 한 번도 귀찮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외려 3년 이상 쿠킹 클래스를 수강하며 정을 나눈 이들에게 그간 배운 요리 사진을 앨범으로 묶어 선물한다. 추억을 선물하는 셈이다.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묶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요리하는 기술보다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요리를 가르치고 싶어요. 그러면 요리하는 ‘나’도 행복해지거든요”.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로 ‘한식’이 K-POP과 드라마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조사보고서처럼 음식만큼 문화를 알리는데 효과적인 것도 없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가끔씩 어릴 적 이민 온 1.5세나 여기서 태어난 우리 2세들도 가르친다. 한국의 얼과 문화를 음식으로 알려주고 싶어서다.
“음식에 문화가 담겼다는 말을 요리를 하면서 깨달았어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자의식을 음식으로 가르치고 싶었어요. 한식을 집에서 자주 즐기고, 파티나 모임에서도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도록 간편한 퓨전 요리를 준비했는데, 연어를 육회식으로 내거나 파인애플을 겉절이김치식으로 내는 등 주로 우리 음식을 서양 식재료에 접목한 것들이었어요. 비록 전통식은 아니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이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와 입맛을 잃지 않으며 정체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권스 쿠킹 클래스 홈페이지는 www.cookingclassva.com
문의 (571)212-9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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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