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욱일기 반대 1인 시위 해봤더니

2019-11-23 (토) 12:00:00 박장복/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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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욱일기 사용반대 1인 시위를 했던 열흘 동안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시위 첫날인 지난 11일 USC 교정에서는 대학경찰과 문제가 있었다. 플래카드에 나란히 그린 나치기 하켄크로이츠(스와스티카)가 문제였다.

교정에서 2시간 반쯤 시위를 한 후 집에 갈 채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한 여성이 와서 무얼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보시다시피 나는 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반대하는시위를 하고 있다. 당신이 ‘표현의 자유’ 를 행사하는 것은 알겠지만, 지금 나치기에 대한 불평이 들어와서, 건물 관리를 하는 나는 당신이 나가주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백팩을 싸고 있는데 그 여성과 같이 다시 2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왔다. 당신 지금 빨리 나가 주어야겠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대학교정이라 어느 정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정당한 절차를 받아야 된다. 그들에게서 관련 부서의 이메일 주소를 얻고 나가려는데 이번에는 USC 경찰 6명에게 둘러싸였다.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들의 표정은 험악했고 위압적이었다. 나는 다시 설명을 했고, 요구하는 대로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었고, 그들은 전화 번호도 적었다.

주차건물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경찰차가 다시 따라 붙었다. 내 플래카드 사진을 찍어야 겠다고 했다. 그리고 보기가 역겨우니, 플래카드를 정면으로 들지 말고 삐딱하게 들어, 나치기가 보이지 않게 하고 걸어가라고 했다. 그들은 멀리서도 나를 주시했다.

지난 12일 그랜드 애비뉴의 일본 총영사관 앞 시위에서도 그것을 그대로 썼다.

며칠 후 내가 백인 친구들에게 플래카드를 보여 주었다. 그들은 나치기를 보자 펄쩍 뛰었다. 나의 의사와는 달리 사람들이 나를 백인 우월주의자나 마찬가지로 미친 사람으로 볼 것이며, 나의 안전에도 언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러니 나치기를 빼고 욱일기에 대한 반대 메시지만 넣으라고 했다. 정 쓰고 싶다면 하켄크로이츠 위에 커다란 엑스(x)자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이제는 시위를 할 때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를 쓰되 커다란 엑스(x)자로 두 깃발을 부정하는 플래카드를 쓴다.

욱일기만 쓰면 미국사람들은 이게 무슨 기인지 전혀 알지 못하기에, 하켄크로이츠를 빼라는 조언은 묵살하고, 두 깃발을 다 쓰되 욱일기와 나치기 둘 다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다. 나는 이번 일을 통해 나치기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반응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박장복/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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