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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오페라가 공연 중인 ‘마농 레스코’는 푸치니의 초기 작품으로, 푸치니라는 작곡가의 작풍을 엿볼 수 있는 중요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푸치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푸치니에게는사실 베르디라고 하는 대선배와 그의 우상이었던 바그너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당시 오페라의 양대 산맥이었던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는 소위 징시피일, 즉 연극에 음악을 덧입힌 듯한 느낌이 주는 유형의 오페라는 아니었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 등은 중간중간에 대화가 이어지면서 연극의 흐름을 중시하는 징시피일이었는데 베르디에 이르러서는 이러한 유형이 점차 사라지게 된다. 즉 오페라에서 대화는 없어지고 오직 시종일관 음악으로 그 맥을 이어지게 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바그너의 악극 역시 시종일관 음률이 이어지게 하면서 무대는 오직 음악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한 시녀 역할을 담당할 뿐이었다.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효과를 중시했던 푸치니는 바그너의 악극 형식을 자신의 오페라에 도입하여 음악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한편 서정적인 선율을 가미하여 오페라의 비극적인 효과도 동시에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19세기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태리 오페라의 사실주의는 푸치니라고하는 천재를 만나면서 그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는데, 중간중간 아름다운 아리아를 삽입하여 오페라의 비극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킨 푸치니의 작품은 마치 노래가 깃든 한편의 긴 교향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마농레스코’는 1893년 토리노에서 발표됐는데 푸치니라는 이름을 세계 음악계에 알린 최초의 성곡작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작가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의 소설 ‘기사 데 그뤼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원작에서는 데 그뤼가 귀족 집안의 아들로 나오지만 오페라에선 마농을 사랑하는 가난한 학생으로 나온다. 소설 속에서는 데 그뤼가 주인공이지만 오페라에서는 마농레스코가 주인공으로서,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다가 결국 가련하게 생을 마감한다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으로 변신하게 된다. 이 작품은 원래 ‘마농’이란 이름으로 쥘 마스네가 푸치니보다 앞선1884년에 오페라로 발표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였던 마스네는 원작을 훼손하지 않고 훌륭하게 오페라화시켰는데 푸치니의 경우는 반대로 ‘마농레스코’라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오페라 무대의 주인공으로 내 세우고 싶었다.
마스네의 ‘마농’과 겹치기를 피하고 싶었던 푸치니는 결국 ‘마농’에서의 장면들은 대거 빼버렸는데 소설과 마스네의 ‘마농’ 속에는 두 주인공이 자신들의 향락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도박 등 부도덕한 생활로 점철돼 있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마농 레스코’ 속에서는 순수하고 순진한 두 남녀가 마치 한 번의 실수로 불행에 빠지게 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푸치니는 마스네의 ‘마농’을 능가하기 위해 완벽한 대본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마르코 프라가,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자코사,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 등을 포함해 총 여덟 사람이 대본 작업에 참여했다. 그 중 루이지 일리카, 주세페 자코사와는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에서도 함께 작업을 할만큼, 푸치니와 일생을 함께했던 명 대본 작가들이기도 했다.
SF 오페라는 1926년 시빅 오라토리움에서 ‘마농레스코’를 초연했으며 1950년대에는 유실 비오링, 마리오 델 모나코 등이 와서 데 그뤼의 역을 노래하기도 했다. SF에서 총 12차례 ‘마농 레스코’를 공연했으며 그중에서 1949년과 1950년에는 LA로 무대를 옮겨 공연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의 ‘마농 레스코’는 2005년 시카고 릴릭 오페라에서 사용했던 무대를 리바이벌했는데 SF 오페라는 이 무대를 배경으로 2006시즌에 소프라노 Karita Mattila와 함께 공연하기도했다. 11월26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공연은 소프라노 Lianna Haroutounian의 열창 무대가 절찬받고 있으며 전 SF 오페라의 상임지휘자였던 루이소티의 지휘, 테너 Brian Jagde의 열연도 호평받고 있다. 1막에서 테너역의 데 그뤼가 부르는 Donna non vidi mai simile a questa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미인), 2막에서 소프라노 역의 마농이 부르는 In quelle trine morbide (이 부드러운 레이스 속에 싸여) 등의 아리아가 유명하며 2막~3막 사이의 간주곡도 ‘마농 레스코’를 특징 짓는 아름다운 곡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한편 한인 바리톤 테너 백석종씨가 이번 ‘마농 레스코’ 에 출연, 1막의 하인 역과 3막의 선장 역으로 열창 무대를 펼치고 있다. ▶장소 : SF War Memorial Opera House ▶11월 26일까지▶티켓 : www.sfope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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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