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가을 운동회

2019-11-14 (목) 12:00:00 김범수/목사·매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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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가을 정취를 생각하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지던 가을 운동회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보면 작은 마당이지만 그 때는 얼마나 넓은 운동장이었는지. 하늘을 가로지르는 화려한 만국기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머니가 싸주실 맛있는 김밥 도시락을 생각하며 미리 입맛을 다시고, 운동회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달리기에서 1등을 하면 공책과 연필을 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8명이 뛰는 경기에서 2등을 했을 때 그 아쉬움이란! 그래봐야 일등과 이등의 상품 차이는 연필하나 인데 1등줄에 서있던 친구를 2등줄에서 부러움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1,2학년의 무용, 3,4학년의 체조, 5,6학년들의 곤봉체조, 그리고 기마전과 오재미 던지기. 가을 운동회의 마지막은 늘 릴레이였다.


선생님, 학부모, 학생,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이 모두 함께 참석하는 릴레이는 운동회 마지막을 박수와 환호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달리는 그 릴레이, 마음과 몸이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웃을 수도 없고, 마음 조리며, 넘어질까, 너무 느리게 뛰어서 우리 팀이 지지는 않을까 소리치며, 박수치며,“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하며 응원했던 그 때의 시간들, 그때의 나날들, 그 때의 가을. 그것은 우리의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올해는 청군! 내년에는 백군! 진 팀의 여자 아이들은 아쉬워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1등 한 친구가 누구인지, 3등 한 친구가 누구인지, 그 청군은 어디에 갔는지, 그 백군은 누구인지 기억나지 않고 다만 그 가을만 생각날 뿐이다.

<김범수/목사·매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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