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녹색의 싱싱함을 뽐내던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화려한 단장을 자랑하더니 세찬 바람에 낙엽이 되어 이거리 저 골목을 떠돈다.
한세월의 무상함을 바라보며 오늘도 전화를 타고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에 귀를 세운다. “엄마 계단 오르내릴 때 조심 또 조심” “언니 뭐 필요한 건 없어? 내가 바빠 언니 못 보네” “큰 누나 추워지는데 건강 잘 지켜요”
우리 가족들이 매일 저녁 나누는 통화 내역들이다. 잠깐씩 나누는 혈육들과의 다정한 대화가 삶을 기쁘게 한다.
엄마이고 손위라고 항상 신경 써 주고 다독여주는 그들이 있어 노년은 윤택하고 보람을 느낀다.
사랑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황량할까. 가끔 어둡고 쓸쓸해 보이는 노인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다. 사랑은 계산이 없으며 봉사와 희생이 따르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재물은 넘치면 교만해지고 허무감이 생기겠지만 사랑은 넘칠 수록 행복할 것이다. 사랑은 주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낀다.
한국의 추석 명절처럼 미국에는 추수감사절이 있어 아주 좋다. 흩어져 지내던 혈육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썰렁하던 집에 활기가 넘치고 너도나도 반가운 웃음이 터진다.
이민 생활에 외롭고 고달팠던 우리 가정들이 어느 사이에 자식들, 조카들, 배우자들, 손주들, 증손까지 대가족들이 되었다.
많은 세월을 서로 협심하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피나는 노력의 결실이라 생각한다.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서로 나누면서 즐기는 추수감사절 그날이 가까워진다. 온 가족들이 더욱더 사랑하며 힘차게 살아야겠다.
세상에 제일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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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자 /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