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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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이웃 돕기는 의무아닌 진정한 사랑나눔

2019-11-06 (수)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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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 “가난한 자를 업신여김은 죄 짓는 것”

▶ “억지로 말고 내몸 같이 사랑하라” 자세 강조

불우이웃 돕기는 의무아닌 진정한 사랑나눔

홈리스 등 가난한 이웃을 향한 신앙인들의 진정한 사랑 나눔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AP]

11월로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연말 준비를 코앞에 두고 주변에 소외된 불우 이웃을 다시 한 번 살펴보려는 사랑의 눈길과 마음들이 곳곳에서 서서히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특히 이맘때면 종교 기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앞장서기 마련인데 과연 왜 그래야 할까? 연말마다 해야 한다는 습관적인 의무보다도 더 크고 확실하게 신앙인으로서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을 만한 당위성을 찾아보자.

성경이 말하는 가난

태초부터 부의 불평등은 언제나 존재했다지만 열심히 노력해도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경우가 많다. 성경에는 손을 게으르게 놀리거나 좀 더 자고 눕자하면 빈궁이 강도처럼, 곤핍이 군사처럼 이른다며 개인의 잘못을 언급한 잠언을 비롯해 누군가의 죄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려는 숨은 뜻이 담겨있다는 요한복음은 물론 제도적인 문제를 거론한 시편, 이사야, 야고보서에 이르기까지 가난에 관련한 구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여러 성경 구절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지 말고 사랑을 베풀라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는 가난한 자를 대하는 태도에 따라 창조주에 대한 인간의 시각이 반영된다고 본다.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어졌기에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는 자는 죄를 범하는 것이자 창조주를 멸시하는 것이라는 잠언(14장31절)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빈곤하고 궁핍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이 창조주에 대한 존경의 표시임과 동시에 복을 받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의무 아닌 진정한 사랑 나눔으로

가난한 자들을 향해 베푸는 자비와 사랑의 중요성은 모든 종교에서 강조하는 대목이다. 모든 것이 넘쳐나는 부족함 없는 생활인들에게 평소 입지 않는 싫증난 옷이나 먹지 않고 남아도는 음식을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일은 어쩌면 쉽고 간단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종교에서 말하는 가난한 자를 돌보는 방법은 이것과는 거리가 있다. 단순히 신의 축복을 받으려고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신앙인의 생활과제 정도로 여기거나 억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만 보더라도 기독교에서는 가난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우리도 실천하길 가르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도 가난한 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아야(신명기 15장10절)하고 빈궁한 자에게 구제할 것이 있게 하려면 제 손으로 수고하여 선한 일을 하라(에베소서 4장28절)는 구절이 이를 설명한다.

넘치는 신의 사랑을 받은 자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가난한 자를 부당하게 대하지 말며 공의롭게 진심으로 그들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마음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빈곤 해결도 종교적 과제

가톨릭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17일로 다가온 ‘세계 가난한 이의 날(World Day of the Poor)’을 앞두고 일찌감치 특별 담화문을 발표하고 가난한 이들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은 교황이 2017년 제정해 올해 3차를 맞는다.

교황은 “가난한 이들을 통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과 만나게 된다”며 “가난한 이들에게 옷과 따뜻한 음식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추구해야 할 우선순위”라며 “그래야 힘없는 형제자매들에게 진정한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전 세계 여러 종교를 아우르는 유엔 종교기구인 ‘평화를 위한 종교(Religions for Peace)’는 올해 8월 역사상 첫 여성이자 첫 무슬림계 사무총장을 필두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소득불균형, 성의 불평등, 폭력, 빈곤, 비핵화, 교육, 기후변화 대처 등을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특히 전 세계 빈곤 문제는 2030년까지 모두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해 이를 토대로 종교적 화합에 대한 기대까지 높였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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