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유동 지폐 가치 80%가 100달러 짜리 가치저장 수단 활용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현금은 100달러 지폐다. [연합]
크레딧과 데빗카드, 스마트폰 결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외관상 현금은 점차 소멸하는 흐름이다.
스웨덴의 경우 지급결제에서 현금 비중이 거의 없다. 패권통화인 달러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인구 3분의 1 가량은 일주일 동안 단 한 장의 지폐도 쓰지 않고 살아간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 오히려 현금을 점차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아닐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금이 부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LA 타임스는 27일 “전 세계 선진국 중 미국과 유로존, 일본 국민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현금을 거머쥐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따르면 미국의 유통달러는 지난 9월말 기준 1조7,600억달러 정도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8.2%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의 5.6%보다 크게 올랐다. 약 3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건값을 치르면서 현금을 덜 쓰는 추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 현금을 보유하는 걸까. LA 타임스는 “사람들이 가치저장 수단으로 달러를 보유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람들이 특히 선호하는 달러지폐는 100달러 고액권이다. 거액을 쟁여두는 목적으로는 가장 편리하다. 시중에 유통중인 100달러 지폐의 가치는 2018년말 기준 전체 달러 가치의 80%에 달했다. 10년 전 73%에서 크게 늘었다.
2017년 이후 100달러 지폐의 유통 장수는 그간 미국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던 1달러 지폐를 넘어섰다. 선진국 국민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이유는 뭘까. LA 타임스는 “의심할 바 없이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크게 낮춘 것과 관련이 깊다”고 전했다.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적거나(초저금리의 미국) 아예 없는 것보다 못한 상황(제로금리의 유로존, 마이너스금리의 일본)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실물화폐를 수중에 갖고 있으려 한다. 은행에 넣어둬 예금이 줄어드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현금을 빼 옷장 속에 쌓아두는 편을 택한다는 것.
최근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현금 보유량 증가는 고령화 현상과도 관련이 있다. 고령층은 젊은 세대들보다 스크린에 뜨는 숫자를 덜 신뢰한다. 만질 수 있는 실물 현금에 대한 애착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