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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한인 기업 열전] 센드버드 존 김 대표

2019-10-19 (토) 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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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한인 기업 열전] 센드버드 존 김 대표

센드버드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존 김(한국명 김동신)씨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 최고의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게임회사인 파프리카앱 창업에 이어 센드버그까지 연쇄창업자가 된다.

글로벌 사업 컨셉트, 그렇지만 기술은 한국 토종, 이렇게 어우러진 한인 운영 소프트웨어 회사가 창업한 지 5년 동안 무려 1억2천만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업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유니콘(unicorn) 기업에 육박하다는 의미.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한다.

한국 스타트업 회사로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어려울 정도로 지역 기업 환경이 여간해서 틈을 주지 않을만큼 터프한 분야.


지난 20여년간 수많은 한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미국 시장을 두들겼지만 제대로 기한번 못피고 무너진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 기업이 일취월장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화제의 기업인 센드버드(Sendbird)는 기업 고객군의 모바일앱이나 웹사이트에 문자메시지 등 채팅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을 제공하는 기업간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업이다.

인터넷 기업에 메시징 솔루션을 제공해 각 기업이 별도 인력을 들이지 않아도 채팅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기업의 인터넷·모바일 사이트에 채팅 기능을 안정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남아시아 최대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고젝, 미국의 유명 소셜미디어 레딧, 미국 최대 데이팅 어플 중 하나인 Hinge , 야후 스포츠 등에서 센드버드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용자의 채팅 환경을 만들었다. 현재 월 9000만명이 센드버드를 통해 채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창업해 바로 실리콘밸리로 건너와 사무실을 한칸 빌려 4명의 창업자들이 고생을 하면서 키웠던 꿈들이 5년이 지난 지금 그 열매가 서서히 영글어가고 있는 것.

센드버드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존 김(한국명 김동신)씨는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 최고의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었다. 그가 게임 회사에 입사한 배경은 그 자신이 한국 프로게이머 랭킹 3위까지 올라갔던 게임 업계의 기린아였던 경험이 이 업계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한다. 이어 그는 연쇄창업자가 된다.

회사를 그만두고 첫 창업한 소셜게임개발사인 파브리카랩은 5년 뒤인 일본의 게임회사인 그리에 매각한 뒤 2013년에 센드버드를 다시 창업한 것이다.

김 대표는 “자율주행차, 로봇, 5세대(5G) 이동통신 등 잘나가는 신기술과 견주어 기업용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쏟고 1억달러 이상의 큰 금액을 투자한 것은 가능성을 높이 샀다는 점에서 창업 보람을 느낍니다.”


이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센드버드를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시켜 곧 미국 뉴욕증시 상장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실리콘밸리 본토에서 이 곳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다는 사실이 쉽지 않았지만 자사의 뛰어난 제품과 구성된 팀웍의 우수성을 강조하면서 설득한 것이 주효했다는 김 대표의 자신감도 눈길을 끈다.

센드버그의 투자사는 유명 헤지펀드 타이거글로벌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개인투자자로 참여해 만든 아이코닉캐피털과 샤스타벤처스, 오거스트캐피털을 비롯해 창업스쿨인 YC(와이콤비네이터) 등이 있다. 특히 타이거글로벌은 30억달러가 넘는 펀드를 관리하고 페이스북, 알리바바, 링크트인에 투자했던 미국 투자회사다.

김 대표는 창업후 미국으로 건너와서 거액의 투자를 받기까지 테크스타와 YC 라는 세계최고의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에서 내공을 쌓아갔다.

“고객중심의 제품 개발,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하는 것. 그리고 미국 진출에 대한 팁. 시스템, 프로토콜이 완전히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으로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멘토들의 조언등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의 경험과 네트웍이 기업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산마테오에 본사를 두고 서울에는 연구개발센터를 두는 방식으로 이원화해서 회사를 운영하기에 이른다.

[실리콘밸리 한인 기업 열전] 센드버드 존 김 대표

산마테오에 본사 한국엔 연구개발 센터, 그리고 영국, 싱가포르, 인도까지 지사를 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센드버드 직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5년간을 돌아보면 해마다 기업 매출 규모나 회사 가치가 100배 정도 성장했어요. 저희들이 봐도 자랑스럽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회사가 투자받는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자세히 기록해두었다. 이 내용들이 회사의 가치 정립에 중심이 되고 있다.

그가 블로그에 적어 논 내용들을 보면 1. Endless tenacity for customers/고객을 향한 끝없는 집요함(고객이 곧 기업의 존재의 이유(raison d‘?tre)이며 고객의 가치와 경험을 최우선 당면과제로 삼아야 한다.) 2. Better than the best/최상을 넘어서(우리는 스스로, 그리고 조직 전체에 늘 보다 과감한 목표(stretch goals)를 설정하고 달성을 위하여 매진해야 한다. 3. Work to completion/일이 제대로 끝날때 까지(우리는 한번 설정한 목표에 대하여는 제대로 완료할 때 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4. The buck stops here/눈이 내리는 것조차 나의 책임(본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리더라고 굳게 믿으면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5. Already on it/이미 하고 있는가(허락과 승인을 구하며 기다리기 보다는, 우선 신속히 결정하여, 빠르게 실행하고나서 결과에 대하여 본인이 책임을 지거나 용서를 구한다. 6. Highest corporate integrity/최고 수준의 기업 윤리(회사의 가치와 고객과의 건강한 관계는 타협할 수 없는 기업윤리의 토대 위에서만 구축될 수 있다. 7. Global citizenship/글로벌 시민의식(글로벌 인재들을 포용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든다.)

“처음에는 작은 기업을 고객으로 겨냥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꽤 큰 기업들이 고객이 되면서

영국, 싱가포르 인도에서 현지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회사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약관 5년의 나이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로 진입하게 된 센드버드의 존 김 대표.

한국 토종 스타트 기업이 실리콘밸리를 통해 세계 무대로 향한 거침없는 행보에 한인 스타트업 대표들의 부러움과 격려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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