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2019-10-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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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깜이’ 남북대결서 북한 선수들 거친 플레이에 욕설까지

▶ 캡틴 손흥민 “승점 3 못 따 아쉬워…경기만 집중 어려웠다”, 벤투 감독 “상당히 안 좋았던 경기, 선수들 플레이엔 만족”
‘황당’ 평양 원정 마친 대표팀 무사 귀국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한국과 북한의 경기에 앞서 양팀 주장 손흥민과 정일관이 심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다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인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는 손흥민.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이 ‘황당한’ 평양 원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H조 3차전을 치른 대표팀은 16일 오후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김민재(광저우), 김신욱(상하이), 이강인(발렌시아) 등 소속팀으로 곧장 복귀한 해외파 선수 9명을 제외하고 파울루 벤투 감독과 주장 손흥민(토트넘) 등이 늦은 밤 공항을 찾은 팬들의 환영 속에 안착했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 이후 29년 만에 한국 남자 대표팀이 평양을 찾는 것으로 관심을 끌었던 벤투호의 이번 원정은 여러모로 기이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경기 자체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이 주목받았다. 평양에 가려면 베이징을 거쳐야만 해 대표팀은 평양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베이징에 하루를 묵어야 했고, 평양에 도착해서는 경기 등을 위해 이동할 때를 제외하곤 숙소에만 머무는 ‘고립’ 생활을 했다. 경기는 한국에 생중계되지 못했고, 한국 취재진의 방북도 무산된 데다 관중까지 전혀 들어오지 않아 그라운드조차 거의 외부와 차단됐다.

다른 유럽파와 달리 한국에 돌아온 손흥민은 ”아쉬운 경기를 펼쳤다“며 ”승점 3을 따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상대가 많이 거칠게 나왔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고 밝힌 손흥민은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거친 플레이를 했고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며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북한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손흥민은 ”북한이 우리를 강팀이라고 여겨서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외부적인 것보다는 경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기 하루 전에 평양에 들어가 피로감이 있었기 때문에 호텔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며 ”선수들도 다들 조심해서 행동했다“고 전했다.

한편 천연잔디가 아닌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치른 것에 대해서는 ”축구선수로서 잔디 탓을 하는 것은 핑계“라면서도 ”선수들이 100% 기량을 보여줄 수 없었던 환경이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좋은 원정만 있을 수는 없다. 선수들도 스태프들도 모두 고생이 많았다“며 ”걱정해주신 덕분에 부상 없이 돌아온 만큼 홈경기 때 좋은 경기로 승리하는 게 선수들이 할 일“이라고 다짐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상당히 안 좋은 경기였다.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준비하고 원했던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어려운 환경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엔 만족한다. 다음 달엔 경기를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레바논과 월드컵 2차예선 4차전 원정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이어 다음달 19일에는 올해 마지막 A매치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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