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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700조 재정적자 사상 최대 기록

2019-10-09 (수)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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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세 논의 없이 재정포퓰리즘 고집‘나랏빚 폭탄돌리기’

▶ “세폭탄, 미래세대 감당 힘들어… 지출속도·폭 조절해야”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집행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적극적인 예산집행을 당부하고 있다.[연합]

세수 호황이 끝났는데 나랏돈 씀씀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정 건전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가채무는 700조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와 폭을 조절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감당하기 힘든 세금 폭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관리재정수지는 49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국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재정지표다. 이와 함께 관리재정수지에 사회보장성기금을 더한 통합재정수지는 같은 기간 22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1~8월 누계치를 작성한 2000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방재정 분권의 효과로 총수입이 줄고 추경예산 조기 집행으로 지출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8월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7,000억원 줄어든 20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8월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거둬들인 법인세는 5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55조원)보다 1조3,000억원 늘었으나 중간예납이 있었던 8월의 경우 1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000억원 줄어들었다.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떨어지면서 악화된 실적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중간납부했기 때문이다.


1~8월 기준 소득세(58조2,000억원)와 부가가치세(49조8,000억원)도 내수 부진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조2,000억원, 4,000억원이 덜 걷혔다. 이에 따라 1~8월 총수입은 지난해보다 5,000억원 줄어든 32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1년치 세금 목표율 대비 지금까지 실제로 걷은 금액을 뜻하는 ‘예산기준 세수진도율’은 71.1%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수입은 쪼그라든 반면 1~8월 총지출은 복지 사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조8,000억원이나 급증한 34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재정 건전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8월 말 기준 697조9,000억원을 기록한 국가채무가 다음달에는 7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세수는 줄어드는데 정부의 무리한 확장적 재정 기조로 나라 곳간이 비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서둘러 재정 건전성 관리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세금 부담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파른 부채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팽창 기조’를 유지하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며 “국가채무 비율과 국채 발행의 증가폭 등을 통제해 재정 건전성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표 아래 앞으로도 나랏돈을 화끈하게 푸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면서 국가채무 비율이 당분간 상승 일변도를 나타낼 것이라는 점이다.

기재부는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로 9.3%를 제시한 데 이어 2021~2023년에도 이 수치를 5~6% 수준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내년 국세수입은 0.9%가량 감소하겠지만 이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2021~2023년에는 4~5%대로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토대로 세운 재정운용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경기여건을 실제보다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예측하면서 중장기 나라 살림을 짠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세금을 쏟아붓는 ‘재정 포퓰리즘’으로 일관할 경우 국가 신용도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면서 경제가 추락하는 중남미 국가들의 사례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은 “대내외 경기여건이 지금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을 계속 풀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유권자의 표심만 의식하면서 증세 논의는 일절 없이 나랏빚을 무한정 늘리겠다는 폭탄 돌리기”라고 꼬집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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