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셰일혁명 10년, 그 기상도는…

2019-10-07 (월) 12:00:00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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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음울한 분위기가 백악관을 지배하고 있었다. 피크 오일(Peak Oil)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석유 생산은 이제 더 이상 늘지 않는다. 앞으로는 줄기만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어떻게 에너지를 확보할 것인가, 그런데다가 금융시장은…. 초조감은 깊어가고 있었다.

올 것이 결국은 오고야 만 것인가. 리먼 브라더스 파산보호 신청 사태가 발생했다. 그 날은 2008년 9월 15일이다. 금융위기 발생과 함께 월 스트리트는 무너졌다. 미국경제는 대공황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같은 날 노스다코타, 베켄 셰일지역, 성공적인 시추작업과 함께 본격적 셰일오일 생산이 이루어졌다. 이 날은 그러니까 셰일혁명이 시작된 날이다. 이후 각급 연구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것은 셰일(Shale)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암반층이 지하 곳곳에 깊숙이 산재해있는 미국은 지구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채굴 가능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8년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타이틀을 되찾았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6년에서 2014년 사이 61% 정도 감소했다’. 비슷한 시점에 나온 미국 에너지부의 발표다. 무엇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 왔나. 미국의 발전소 등 에너지산업 부문의 주 연료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셰일혁명으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 역시 전 세계에서 톱을 달리고 있다. 텍사스, 노스다코타, 펜실베이니아 등지의 셰일유전지대에서 무진장이다시피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해 사용하면서 환경문제에 이처럼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지정학에도 거대한 변형을 가져오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진단이다.

미국의 LNG 수출은 2019년 5월 현재 하루 47억 입방피트를 마크,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미국의 이 방대한 LNG 수출은 이란에게는 상당한 악재다. 상대적으로 이란의 에너지판매 수익이 줄면서 그만큼 테헤란의 테러리스트 재정지원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

푸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도 모자라 중동지역에도 개입하고 나서는 데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무기화다. 미국의 LNG 수출은 크렘린의 그 에너지 무기화 정책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있다고 할까. 그런 효과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LNG는 심각한 환경문제로 깨끗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날로 늘고 있는 오늘날 시대상황에 따라서는 군사력보다도 더 강력한 소프트파워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입장에서는 미국경제, 더 나가 세계질서 유지의 동력을 추구하는 데 더 이상 중동지역의 권위주의 형 정권들에 기댈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은 사우디 오일이나 카타르의 LNG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호르무즈해협 보호에 갑론을박하며 나설 필요성을 점점 못 느끼게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엄청난 지정학적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그렇다. 미국의 LNG 수출의 40%를 유럽국들이 차지했다. 2019년 1월을 기해 유럽의 미국산 LNG 수입은 아시아지역을 넘어선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나.
유럽, 그 중에서도 특히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무기화 정책의 인질이나 마찬가지였다. 제멋대로 에너지 가격을 올린다. 그리고 수출을 통해 내정간섭을 하려든다. 그래도 참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다. 그 유럽에 안정된 가격의 미국산 LNG가 대대적으로 유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크렘린의 에너지를 무기화한 제멋대로 식의 횡포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한 케이스가 폴란드다. 폴란드에 미국산 LNG가 처음 선적된 것은 2019년 여름이다. 지난해 11월 장기계약 체결과 함께 24년 동안 390억 입방미터 분량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했던 것이다.

러시아에 늘 에너지를 의존해왔다. 그런 폴란드가 에너지 주 수입선을 과감하게 미국으로 바꿈으로써 러시아의 내정간섭을 막고, 자체적 에너지안보 확립에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셰일혁명과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 세계 1위로 등극한 미국은 과거 소련과의 냉전시대에는 꿈조차 꾸지도 못했던 기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미국산 LNG 수출’이란 강력한 소프트 파워로 러시아가 자랑하는 ‘에너지의 무기화’ 정책을 효과적으로 봉쇄하게 된 것이다.

경제제재니, 강경외교를 펼칠 필요가 없다. 나토군을 동원할 필요도 없다. 군사적 긴장상황은 더구나 염두에 둘 필요도 없다. 단지 안정된 가격으로 LNG를 수출할 뿐이다. 그런데도 돌아오는 정치, 외교, 안보적 이익은 훨씬 크다. 소프트파워로서 LNG 수출이 지니고 있는 강점이다.

환경문제는 전 지구적 관심사다. 이와 함께 날로 수요가 증대하는 것이 깨끗한 에너지다. 그러나 청정한 대체에너지의 일반화는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세계경제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정황에서 경제선진국이든, 이머징 마킷을 막론하고 LNG 수요는 계속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LNG 수출의 소프트파워로서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진다는 거다. 이는 동시에 이런 이야기로도 들린다. “식량과 에너지, 두 가지 생명자원을 스스로 충족하고 있는 유일한 수퍼파워, 그 미국의 시대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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