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아지도 죽으면 천국에 가나요?”

2019-10-04 (금)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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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세계 동물의 날’ … 교계선‘동물 축복식’

“강아지도 죽으면 천국에 가나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동물 축복식에 참석한 애완견들이 신부의 축복 메시지에 이어 성수를 받고 있다. [AP]

가톨릭·성공회 등, 반려동물에 성수 뿌리고 축복기도
동물 사후세계에 대해선 교황마다 각각 다른 해석
개신교에선 “영생 유무가 인간과 동물의 차이”

예방은 물론 치료회복 과정에서도 중독에서 해방되는데 영향

10월4일은 ‘세계 동물의 날’이자 종교적으로는 ‘동물 축복식’이 열리는 연례 기념일이다. 현대인들이 가족처럼 여기는 개와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도 훗날 천국에서 다시 주인과 만날 수 있는 영생의 삶을 기대할 수 있을까? 교계 동물 축복식을 계기로 사뭇 궁금해진 흥미로운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동물 축복식이란?
매년 10월4일마다 미국은 물론 유럽과 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동물 축복식(Blessing of the Animals)’은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맞아 모든 동물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날이다.

13세기 이탈리아의 사제였던 성 프란체스코는 가난한 이들의 친구라 불리는 청빈한 생활로 존경 받아온 인물이자 특별히 인간은 물론 동물과 식물 등 창조주의 생태계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공동 수호성인이 된 성 프란체스코는 이로 인해 1980년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동물 수호성인으로도 선포됐다.


실제로 성 프란체스코는 모든 하느님의 피조물을 ‘자매’라고 부를 정도였고 특히 이탈리아 아시시 평원에서는 새들과 장미 가시덤불에게까지 설교하며 전도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때문에 성 프란체스코 축일을 기해 열리는 동물 축복식에는 신자들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성당이나 교회를 방문하면 신부가 동물들에게 성수를 뿌려주고 축복 기도를 해주는 것이 전통이다.

일부에서는 동물 세례식이라고도 부르지만 세례식보다는 축복식의 의미가 더 크다. 가톨릭 문화권은 물론 성공회 등 다른 종교에서도 이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축복식에 참여하는 동물의 범위에도 제한이 없다. 동물을 직접 데려가지 못할 때에는 사진이나 동물 인형을 가져가기도 한다.

■동물들도 천국에 갈까?
수년전 프란체스코 교황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소년에게 ‘천국은 하느님의 모든 피조물에게 열려 있으니 언젠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위로의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런가하면 1990년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로 2세는 동물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했지만 2008년 당시 교황이던 베네딕토 16세는 그와 반대되는 설교를 하기도 했다.

결국 가톨릭의 최고 수장인 교황들조차 동물의 사후 영생의 삶을 놓고 서로 다른 종교적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프란체스코 교황이 언급한 모든 피조물에는 원칙적으로 사탄도 포함돼야 하는데 사탄이 천국에서 영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입방아에 올랐다.

개신교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 중 하나로 영생의 유무를 꼽기도 한다.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특별히 인간은 다른 피조물과는 구별되게 창조하셨다는 성경 말씀(창세기 1장26~27절)이 근거다.


미국의 온건파 칼빈주의 침례교를 대표하는 존 파이퍼 목사도 동물에게는 사후 세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동물들은 죽으면 그뿐이고 단순히 인간에게 음식으로 소비되도록 지음 받았다는 것.

이러한 근거로 노아 홍수 이후 하나님이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고기를 인간의 손에 붙이고 산 동물을 채소와 같이 인간의 식물이 되도록 주셨다는 성경 말씀(창세기 9장2~3절)을 제시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았고 동물들은 그러한 인간의 식물이 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동물들이 인간처럼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를 구축하면서 영생을 소망할 수 있는 존재로 지음 받지 않았기에(시편 49편12절) 동물들이 천국에 간다고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축복식을 동물보호운동으로
매년 열리는 종교계의 ‘동물 축복식’은 동물의 권리와 복지 보장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세계 동물의 날(World Animal Day)’과 함께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 학대 예방과 멸종 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교육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하고 일부 성당이나 교회는 동물 사료와 담요 등을 가져오도록 해 동물보호소에 물품을 기부하기도 한다.

종교마다 동물을 대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유대교에서는 유대교 전통음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가축을 도살하기 전에 반드시 축복기도를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슬람도 도축 전에 신의 이름을 불러야 한다.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 중에서도 특히 연합감리교회는 피조물과 상호의존성에 대해 강조하는 특별한 예배의식을 갖추고 있다.

그런가하면 벨기에에서는 동물권리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도축 전 가축을 먼저 기절시키도록 하는 법안이 최근 새로 마련됐다. 이를 두고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도살 전 가축에게 어떠한 해도 가할 수 없도록 한 종교적 규정 때문에 법정 소송까지 이어지며 마찰을 빚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동물복지단체들의 주도로 지난해 동물농장의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발의안 12’가 투표에 부쳐져 승인되면서 2022년까지 개선안 마련이 준비 중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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